거문고를 탈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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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문고를 탈 때
  • 엄광용 작가
  • 승인 2019.11.29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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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시 한편

                            

  거문고를 탈 때

                                                              한용운

 

달 아래서 거문고를 타기는 근심을 잊을까 함이러니, 춤 곡조가 끝나기 전에 눈물이 앞을 가려서, 밤은 바다가 되고 거문고 줄은 무지개가 됩니다.

거문고 소리가 높았다가 가늘고 가늘다가 높을 때에, 당신은 거문고 줄에서 그네를 뜁니다.

마지막 소리가 바람을 따라서 느티나무 그늘로 사라질 때에, 당신은 나를 힘없이 보면서 아득한 눈을 감습니다.

아아 당신은 사라지는 거문고 소리를 따라서 아득한 눈을 감습니다.

 

 

<사랑의 아포리즘>

마음의 떨림

거문고의 농현(弄絃)은 그대 마음의 떨림이다. 여러 가지 울림으로 떠는 거문고의 현처럼 그대 마음 또한 사랑의 ‘무지개’ 빛이 되어 떨리고 있다. 아아, 나는 왜 그대가 ‘사라지는 거문고 소리’에 ‘아득한 눈’을 감는지 안다. 그 소리의 여운이 끝나면 그대 또한 ‘거문고 줄 위에서’ 내려와야 하기 때문이다.

-사랑은 장단의 높낮이로 이루어진 현(絃) 위의 인생이다. 그 소리의 떨림이 멈추는 순간 현 위에서 뛰놀던 느낌표(!)의 사랑도 마침표(.)를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