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는 몰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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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몰입이다
  • 지호원 작가
  • 승인 2019.11.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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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호원작가의 글쓰기 강좌⑥

 

어떤 운동이든 운동을 잘하려면 자세를 교정한 후 트레이닝을 해야 한다. 글쓰기 역시 마찬가지다. 글을 잘 쓰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글쓰기에 대한 노하우가 있다. 그 노하우는 창작을 하는 작가나 시인에게는 습작(習作)을 통해 이루어지며, 기업이나 조직에서 보고서나 제안서를 잘 쓴다고 평가받는 사람에게는 또 그 나름의 노하우가 반드시 있다. 분명한 것은 어느 종류의 글을 쓰건 자신이 하고자 하는 것에 대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연습을 해야 궁뎅이로 쓸 수 있는 단계에 이를 수 있다.

목적의식이 있으면 어느 순간 그것에 몰입하는 경험을 가지게 된다. ‘회장님의 글쓰기’라는 책을 쓴 강원국 작가는 글의 몰입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학창시절 누구나 한번은 이런 경험이 있을 것이다. 책상 위에 있는 책 모두 치우세요! 라는 시험감독 선생님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몰입하는 10분, 아무 소리도 안 들리고 다른 건 전혀 생각하지 않고 오직 필기 노트에만 집중하는 그 시간, 시험준비랍시고 일주일 이상 공부한 것보다 이 10분 동안에 더 많이 것을 알게 되는 몰입의 순간 말이다.

글쓰기야말로 몰입의 승부다. 아무리 많은 시간을 컴퓨터 앞에 앉아 있어도 제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도 몰입하지 않으면 쓸 수 없다. 몰입하지 않고 글을 쓰면 둘 중의 하나의 반응을 보인다. 글을 잘 쓴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글쓰기가 성가시다. 글쓰기에 자신이 없는 사람은 글쓰기가 두렵다. 모두가 몰입하지 않아서 생기는 현상이다. 몰입하면 귀찮거나 두렵지 않다. 이런 생각 자체가 없다. 몰입했다는 것은 글에 지배당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글을 장악했다는 뜻이다.”

 

몰입에 관한 이야기는 소설 속에서도 나온다. 김영하의 소설 <옥수수와 나>라는 작품 중에서 주인공이 글쓰기에 몰입하는 순간을 살펴보자.

“..... 나는 거부할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책상 앞에 앉았다. 그리고 노트북 컴퓨터를 열었다. 여태 단 한 줄도 쓰지 못한 소설을 위해 빈 워드 창을 띄웠다. 나는 자판 위에 손가락을 얹었다. 내가 한 일은 오직 그것뿐이었다. 그런데 손이 저절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손가락 끝에 작은 뇌가 달린 것 같았다. 미친 듯이 쓴다! 는 말은 이럴 때를 위해 예비된 말이었다. 문장들이 비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은 이름이 꽤 알려진 작가다. 하지만 오랫동안 슬럼프에 빠져 글을 쓰지 못했다. 그런 어느 날 그는 갑자기 소설을 쓰고 싶다는 강한 충동에 이끌려 컴퓨터 앞에 앉아 미친 듯이 자판을 두드린다. 마치 피아노의 건반을 리듬에 맞춰 아무렇게나 두들기듯….

어쩌면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서도 이와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소설 표현처럼 손가락 끝에 작은 뇌와 모터가 달린 듯 미친 듯이 빠져드는 몰입의 경험, 무엇을 썼던 글의 내용이나 문장 수준은 차치하더라도 만약 그런 경험을 해봤다면 그는 이미 천부적으로 작가적 DNA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