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장이와 목수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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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장이와 목수의 지혜
  • 엄광용 작가
  • 승인 2022.01.21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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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따듯하게 해주는 가족동화

 

어느 마을에 대장장이와 목수가 이웃하여 살고 있었습니다. 대장장이는 언제나 쇠를 달구어 망치로 내려치니 그 소리가 매우 시끄러웠고, 목수 역시 나무를 다루다 보니 도끼질과 망치질로 시끄러운 소리가 그칠 날이 없었습니다. 인가가 많은 마을과 개울을 사이에 두고 멀리 떨어져 있었으나, 역시 대장장이와 목수네 집에서 들려오는 소리 때문에 말들이 많았습니다.

“여보게, 우리 이러다가는 이 마을에서 쫓겨나고 말겠네. 어찌하면 좋겠는가?”

대장장이가 목수에게 찾아와 말했습니다.

“나도 진작부터 그걸 걱정하고 있었다네, 우리 마을 쪽으로 난 개울가에 대나무를 심어보면 어떻겠나? 대나무는 금세 울창해지니 망치질 소리를 막아줄 수 있을 것이네.”

목수가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대장장이도 목수의 생각에 전적으로 동감했습니다.

대장장이와 목수는 이왕 대나무를 심는 김에 개울가는 물론이고 두 집 사이의 밭에도 대나무를 심었습니다.

그 후부터 대나무 숲은 소리를 막아주는 역할을 해주어, 마을에서도 다시는 시끄럽다는 말이 들려오지 않았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대장장이와 목수의 집 사이에 울창한 대나무 숲이 들어서자, 두 집에서 들려오는 망치질 소리가 대나무 숲에서 한데 어우러져 묘하게도 아련한 음악 소리를 연출해내는 것입니다. 아름다운 소리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두 사람에게는 귀에 거슬리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개울가와 두 집 사이에 대나무 숲이 생기면서 그 주변의 풍광도 매우 아름다워졌습니다. 그러자 언제부터인가 대장장이와 목수의 집은 명당으로 소문이 나기 시작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집 앞에 울창한 대나무 숲이 있고, 그 뒤에 개울이 흐르고, 개울 너머에는 논밭이, 저 멀리 산자락 밑에는 마을의 집들이, 그리고 그 뒤에는 높은 산세를 자랑하는 산이 우뚝 솟아 있어, 전망이 아주 좋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해인가 한양에서 높은 자리에 있던 대감이 벼슬에서 물러나 낙향을 하게 되었는데, 집을 지을 명당자리를 찾다가 대장장이와 목수가 사는 곳을 발견하였습니다. 바로 두 집 사이의 대나무 숲이 명당으로 적격이라 판단하고 그 땅을 사들였습니다.

대장장이와 목수는 대나무 숲이 사라지는 것이 안타까워 그 땅을 팔 생각이 없었으나, 대감의 위세가 워낙 무서워 아무 소리도 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곧 대나무 숲이 사라지고, 그곳에 솟을대문이 높은 기와집이 들어섰습니다.

그런데 대감이 새로 지은 집에 들어와 살다 보니, 대장장이와 목수가 내는 망치질 소리가 시끄러워 도무지 하루도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허헛 참! 터는 좋은데 저 소리 때문에 글을 읽을 수 있나 시를 지을 수 있나?”

대감은 고민 끝에 풍수에 능한 사람을 불러 해결책을 찾아보라고 일렀습니다.

“한 가지 묘책이 있습니다.”

풍수장이가 말했습니다.

“그게 뭔가?”

“대장장이는 불을 다루므로 물과는 상극이고, 목수는 나무를 다루므로 불과는 상극입니다. 대장장이에게는 집이 물의 터이므로 불을 다루는 사람에게는 해로우니 이사를 하는 것이 좋다며 이사비용으로 돈 푼 좀 보태주십시오. 그리고 목수에게 가서는 집이 불의 터이므로 나무를 다루는 데는 맞지 않으니 이사를 하라며 돈 푼 좀 얹어주면 쉽게 해결될 것입니다. 소인이 마을 인근에 미리 소문을 내서 대장장이와 목수의 집이 그런 터라는 것을 널리 알리도록 하겠습니다.”

풍수장이는 대감에게서 돈을 많이 받고 물러갔습니다.

그러고 나서 얼마 후에 정말 마을에는 대장장이와 목수의 집터에 관한 소문이 나돌았습니다. 그 소문은 곧 두 사람의 귀에까지 흘러 들어갔습니다.

이때를 기다렸다가 대감이 먼저 대장장이 집을 찾아가 말하였습니다.

“자네도 들어서 알겠지만, 물의 터에서는 대장간이 맞지 않네. 어디 좋은 곳을 찾아보도록 하게나.”

대감은 그러면서 이사비용을 두둑하게 내놓고 돌아갔습니다.

목수의 집에 가서도 역시 소문처럼 불의 집터는 나무를 다루는 사람에게 맞지 않는다면서 이사비용을 내놓았습니다.

결국, 대장장이와 목수는 대감의 위세에 눌려 이사를 하지 않으면 안 될 처지에 놓였습니다. 두 사람은 풍수를 믿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오래도록 일을 해왔지만 해로운 일은 일어난 적도 없었으며, 오히려 해를 거듭할수록 일거리가 더 많이 들어와 즐거운 비명을 지를 정도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대감에게 이사비용을 받았고, 어찌 되었든 이사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장장이와 목수는 같은 날 이사를 했습니다.

“이제 내일부터는 마음 놓고 책을 읽을 수 있게 되었구나.”

대감은 그날 밤 아주 편한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아침이 되자 여전히 대장장이와 목수의 집에서는 망치질 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왔습니다.

대감은 화가 나서 밖으로 뛰어나왔습니다.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해 보니, 두 집은 고스란히 있는데 주인이 서로 바뀌어 있을 뿐이었습니다. 즉, 대장장이의 집으로 목수가 이사했고, 목수의 집으로 대장장이가 이사한 것입니다.

“대체 이게 어찌 된 일인가?”

대감이 묻자 대장장이와 목수는 똑같이 대답하였습니다.

“불의 집터로는 불을 다루는 대장장이가, 물의 집터로는 나무를 다루는 목수가 이사했을 뿐입니다.”

대감은 할 말을 잃어버리고 말았습니다.

결국, 대감은 솟을대문으로 지은 새집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버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그 집터에는 옛날처럼 대나무 숲이 들어섰습니다.

옛날과 달라진 것이 있다면 대장장이와 목수의 집이 서로 바뀌었다는 것뿐이었습니다. 다만 풍수장이의 말이 맞는지 불의 터라는 곳으로 이사한 대장장이는 더욱 일이 많이 들어와 매일 불을 피워 풀무질하며 농기구를 만들기에 바빴고, 물의 터라는 곳으로 이사한 목수는 ‘물을 먹은 나무가 무럭무럭 자라듯’ 얼마 안 가서 대목수로 유명세를 떨치게 되었습니다.

 

☞ 강자의 위압적인 권력 앞에 약자는 당장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어떠한 위선적 권력도 진정성을 가진 약자의 마음마저 바꿔놓지는 못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