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가 좋다
눈을 기다리며(欲雪)
천상운교미긍동(天上雲驕未肯動)/하늘 위의 먹구름 움직임조차 없더니
만래설의이전공(晩來雪意已顚空)/해질녘 이미 하늘에 눈이 내리려 하네
욕개신주요가객(欲開新酒邀嘉客)/새 술을 빚어 반가운 벗을 맞으려고
갱대천화락좌중(更待天花落座中)/다시금 앉아서 하늘 꽃 소식 기다리네
*눈 소식이 그리운 계절
중국 송나라 때의 개혁적인 정치가 왕안석(王安石)의 시입니다. 그의 시는 맑고 고상하며, 산문은 장작을 패듯 웅건하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당대의 문장가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비가 내리면 술 생각이 나고, 눈이 내리면 반가운 벗이 그리워집니다. 시인은 해 질 무렵이 되어 하늘 가득 먹구름이 몰려들면서 눈이 막 내리려고 하자, 새 술을 비워 놓고 반가운 벗을 청합니다. 4구의 천화(天花), 즉 ‘하늘꽃’은 ‘눈’을 ‘꽃’에 비유한 메타포입니다. 눈이 내리면 나뭇가지 끝에 설화가 피어납니다. 시인은 펄펄 내리는 눈 소식을 기다리며 반가운 벗을 맞아 술 한 잔 나누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
눈을 기다리는 마음은 겨울이면 누구나 가지게 되는 정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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