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나누기에 서툰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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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나누기에 서툰 사람들
  • 예현숙 박사
  • 승인 2021.12.08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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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심리치료사 예현숙 박사

 

 

우리는 가까운 사람들과 친밀감을 느끼며 지내고 싶어 한다. 하지만 가까우면서도 친밀감을 느낄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친밀감이란 마음을 나눌 때 경험하는 감정이다. 마음을 나눈다는 것은 자신의 약함을 나눌 수 있을 만큼 정직할 때 이뤄진다.

 

상대를 잘 모른다는 것은 마음을 나누지 않아서이다

다른 사람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고 해서 저절로 친밀감이 생기지 않는다. 자신을 솔직하게 드러내고 친해지려고 노력할 때 얻을 수 있는 것이다. 우리에게 익숙하게 소개된 투르니에는 고아로서 청년이 되기까지 누구와도 마음을 나누지 못하고 혼자 외톨이로 지냈다. 성인이 된 어느 날 정기모임에서 한 정신분석가가 자신의 약한 부분을 꺼내어서 마음을 나누어 주었고, 투르니에도 마음을 열게 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 그 이후 그는 평생 아내와 마음을 나눌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그것이 자신들을 풍성한 결혼생활로 이끌었다고 고백한다.

친밀감은 영혼을 살찌우는 감정이다. 같이 사는 배우자나 오래 만난 친구라도 아직 상대를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건 마음을 나누지 못하고 있다는 실례이다. 우리 인간은 혼자 살도록 만들어진 존재가 아니다. 서로가 친밀한 교제를 나눌 수 있도록 창조되었다. 내가 겪고 있는 기쁨뿐 아니라 두려움 또는 실패나 좌절, 상처, 아픔 등을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서로 진실하게 연결되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서로의 연약함을 나눌 수 있을 때 정도 생기고, 친밀감도 생기게 된다.

 

정보와 사실만 나누는 부부

마음을 나누지 못할 때 우리의 영혼은 외롭고 혼자라는 생각이 든다. 외로움을 달래려고 친밀감 대용으로 다른 걸 찾게 된다. 술, 약물 중독, 불륜도 그 한 예이다. 부부간 친밀감의 결여는 결혼의 기초를 무너뜨린다. 부부간의 친밀감 역시 마음을 나눌 때 생긴다. 함께 있으면서도 마음을 나누는 대신 늘 정보와 사실 만을 나누게 되면 상대의 마음을 잘 알 수 없게 된다.

마음을 나누는 게 서툰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주로 어린 시절에 가까운 양육자와 충분히 교감을 나누지 못한 사람의 경우가 그렇다. 요즘은 교육의 효과로 다소 달라지고 있지만, 30대 이상의 성인들은 어렸을 때 자신을 표현하는 일이 쉽지 않은 분위기에서 살았다. 그 결과 희로애락의 감정을 나누는 것을 어색해한다. 자신의 두려움과 불안한 감정을 나누는 걸 불필요한 것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부정적이거나 약한 감정은 나누는 게 아니라 혼자 처리하는 것이라고 믿는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데 약한 사람은 이렇듯 타인과의 관계에서 마음을 나누는 걸 종종 생략한다.

 

진실한 친밀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그 한 예로, 상대로 인해서 내게 ‘싫은 감정’이 생겼어도 그걸 애써 무시한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안 좋은 일은 금방 잊어버리려고 노력한다. 그것이 자신이 편하다고 생각하고 심지어 관계에서 유익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무시해 버린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무의식에 쌓인다. 무의식에 쌓인 감정은 반드시 터지게 되어 있는데 동에서 뺨 맞고 서에서 화풀이하는 일을 발생시킨다. 많은 부부는 둘 사이가 연결되어 있지 않다고 느끼고 있을 때도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무언가 신경을 거슬리는 일이 관계 속에 있다면 비난 없이 솔직하게 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부부 사이나 친구 사이나 마찬가지이다. 가까운 사이에서 친밀감을 형성하기 위해서 자기 생각과 필요를 포기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지나치게 희생적이어서는 진실한 친밀감을 해치는 게 된다. 어떤 사람은 친한 사이에서 블랙 유머와 같은 공격적인 언어를 종종 사용한다. 친한 사이니까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안전하고 좋은 방법이 아니다. 받는 처지에서는 거슬리는 부분이 있는 게 사실이다. 이때 거슬리는 부분들을 무시하는 일이 진실하게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 고민해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