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가 싸우는 이유는 차이점을 극복하고 더 나은 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목적이 숨어 있다고 하겠습니다. 싸우고 난 후, 관계가 개선되기는커녕 골만 깊어진다면 소통하는 태도를 점검해 보아야 할 겁니다.

 

 

 싸움 뒤 먹으러 가는 부부

최근에 부쩍 소통하는 방법을 배우길 원하는 부부를 많이 만났습니다. 싸우고 나서 화해하는 방법을 구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그만큼 좋은 관계를 희망하지만 원하는 만큼 쉽지 않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지요.

이런 의문이 드네요. 부부는 누구보다도 편한 사이인데 소통하는 것이 왜 이렇게 힘든 것일까? 평소 마음을 툭 터놓고 이야기하면 될 것 같고, 싸운 후에는 누군가 먼저 손을 내밀어주면 그냥 풀릴 거 같은데 말입니다.

어떤 개그맨 부부는 둘 다 먹는 것을 아주 좋아해서 싸운 뒤라도 한 사람이 “먹으러 갈래?” 하면 먹으러 나가면서 갈등을 해소한다고 합니다. 아마 이 부부는 싸우더라도 적정선을 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일이 가능한 것 같습니다. 만약 적정선을 넘는다면 아예 이런 제안은 불가능하고 앙금만 남게 될 것입니다.

 

 

 상대가 싫어하는 부분을 건드리는 건 금기

소통을 위해 여기서 우리가 배울 점이 있습니다. 싸우더라도 지켜야 할 적정선을 넘지 않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선 어느 정도 자신의 감정을 제어해야 하죠. 상대가 싫어하는 부분은 건드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말입니다. 상대를 배려하는 온순한 말은 확실히 싸움을 크게 만들지 않습니다.

제가 만난 미취학 자녀가 두 명인 40대 부부의 이야기입니다. 아내는 남편이 퇴근해서 돌아오면 낮 동안 벌어진 일을 나누고 싶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냅니다. 반면에 남편은 말이 많은 것을 피곤해합니다. 어려서부터 표현을 많이 하지 않고, 가족 간 적당히 거리를 두고 지내온 까닭입니다.

 

 

 도망가는 남편, 쫓아가는 아내

사소한 거 같으면서도 이 엄청난 차이점으로 인해 부부는 수시로 싸우는 편입니다. 남편은 아내를 피해 도망가고, 아내는 남편을 쫓아가는 형태의 패턴을 보입니다. 아내는 남편이 내뱉는 말들인 “그만해”, “됐어”에 마음이 무너져 내립니다. 아내는 이 말에 존중받지 못하는 거 같아서 그만 우울해집니다.

두 사람 중 한 사람은 어렸을 적 부모가 사는 게 너무 바빠서 잘 보살핌을 받지 못한 채 성장하였고, 또 한 사람은 부모가 늘 싸우는 것을 보고 자랐습니다. 이런 사실들을 피차 좀 더 자세히 알게 되면, 배우자를 함부로 대하지 않게 될 겁니다. 왜 그는 그렇게 나를 피해 도망가는지, 왜 그녀는 그렇게 나와 이야기하고 싶어 하는지 이해가 가능해지고, 이해하게 되면 상대의 마음도 느껴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싸운 뒤에는 상대보다 나를 돌아봐라

상대의 마음을 느끼는 것을 공감이라고 하지요. 우리는 공감받을 때 살 맛이 납니다. 나를 알아주니 존중받는 기분이고, 배우자가 내 편이 된 기분입니다. 공감은 소통하는 최고의 비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 소통하는 기술에는 상대방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경청이 있습니다. 말할 것도 없이 잘 듣기만 해도 싸움이 일어날 수 없습니다. 잘 듣게 되면 상대의 말에 반응하게 됩니다. “당신 말은 이러이러하다는 거지?” 이렇게 상대의 말에 반응할 줄 알게 되면 소통의 경지에 들어가는 겁니다. 위 부부의 경우, 남편은 아내가 하는 말을 조금만이라도 잘 들어주고 반응해 준다면 어떨까요? 공감까지는 아니더라도 말입니다. 아내 편에서는 남편이 나와 다르다는 점을 더 이해하게 된다면 다르게 접근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싸운 후에 화해하는 방법은 자신을 먼저 돌아보는 일입니다. 대개 싸우고 나면 상대에 대해 비난하는 마음이 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내가 배우자에게 왜 화가 났는지, 화를 낸 것이 적절했는지 돌아보는 겁니다. 이렇게 문제를 나와 떨어져서 바라보는 태도가 아주 아주 필요합니다. 위에 소개된 부부는 다름에 대한 이해, 경청, 감정 조절이 모두 빠져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만약 싸움으로부터 아무것도 배우지 못하고 지내야 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이보다 더 불행한 일은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