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 종로구에서 만나야 할 인물과 장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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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날, 종로구에서 만나야 할 인물과 장소들
  • 엄소연 박사
  • 승인 2021.10.10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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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소연(예술학 박사)

새 연재를 시작합니다. '엄소연의 스토리뱅크'

엄소연 박사는 철학, 역사학, 한국학, 박물관학, 미술비평을 전공하였고 한국예술문화에 대한 융합연구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이번 연재에서는 종로와 관련된 문화 예술 스토리를 융합적 관점에서 분석하여 주실 것으로 기대합니다.(편집자 주)

 

 

“말이 오르면 나라도 오르고, 말이 내리면 나라도 내리나니라.”

                                                   -1910년, 주시경 선생-

 

광화문에 위치한 세종대왕 동상(출처: 서울시 누리집)
광화문에 위치한 세종대왕 동상(출처: 서울시 누리집)

한글 반포 575돌을 맞이했다. 전 세계에는 6,000여 개의 언어와 40여 개의 문자가 있다고 한다. 알다시피, 한글은 세종대왕(世宗大王, 재위 1418~1450)이 애민정신으로 ‘훈민정음(訓民正音)’을 창제(1443)하고, 자세한 해설서인 훈민정음을 만들어 반포(1446)한 글자로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 수 있는 과학성, 누구에게나 손쉬운 혁신성, 글자조합의 조형성을 갖는다.

조선 시대의 훈민정음이 근대의 한글로 변모되도록 주력한 인물은 한힌샘 주시경(周時經, 1876~1914) 선생이다. 대한제국 시기 정3품 서기관이던 주 선생은 19세기 말부터 한글전용 신문인 <독립신문>과 <국문연구소>에서 활약하며 ‘발음과 무관하게 단어를 표기한다’는 원칙을 확립했고, 현 <한글학회>의 근간인 <국어연구학회>라는 민간연구회를 창립한 독립운동가였다.

허할보(許轄甫)로 불린 헐버트(Homer Bezaleel Hulbert, 1863~1949)선생은 한글을 학문적으로 대내외에 알린 분이다. 허 선생은 미국의 선교사로 당시 육영공원의 교수로 영어를 가르쳤고, 대한제국의 항일운동을 적극 지원했다. 특히, 최초의 한글 교과서인 『사민필지』(1891)를 만들어 한글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했고, 그의 첫 논문인 「한글(The Korean Alphabet)」(1892)에서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는 인류사에서 빛나는 업적이라고 칭송했다. 또한, 미국 「스미소니언협회 연례 보고서」(1903)에서는 의사소통 매체로서 한글이 영어 알파벳보다 우수하다고 밝혔다.

이처럼 종로구는 한글의 역사적 인물과 장소가 자리한 중심지역이라 할 수 있다. 훈민정음을 창제한 세종대왕이 나고 자란 통인동, 훈민정음의 산실인 경복궁 집현전, 한글을 지켜나간 한글회관, 주시경 선생의 집터 등 한글과 관련이 깊기 때문이다. 한글의 역사성을 담은 기억의 공간으로서 한글박물관이 있을 만하다. 그렇지만, 한글박물관은 여러 부침을 겪다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옆에 <국립한글박물관>으로 자리하고 있다. 현재 종로구에는 세종대왕 동상 아래 <세종이야기전시관>과 ‘한글가온길’ 등이 그 아쉬움을 대신하고 있다. 무엇보다 주 선생의 집터가 기념관이 못되고 큰 오피스텔이 돼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 하겠다.

‘주시경마당’에 있는 주시경 선생과 헐버트 선생의 조형물(출처: 서울시 누리집)
‘주시경마당’에 있는 주시경 선생과 헐버트 선생의 조형물(출처: 서울시 누리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