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자연과 공원 그리고 단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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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의 자연과 공원 그리고 단풍
  • 최덕희 교수
  • 승인 2021.08.10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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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운 영어(73)

 

캐나다는 세계에서 러시아 다음으로 땅이 넓은 나라이다. 땅 덩어리는 크지만 실제로 거주 가능한 지역은 남쪽 미국과 국경에서 약 100Km 회랑에 불과하다. 그래도 그 큰 땅에 우리의 절반 조금 넘는 인구가 사니 인구밀도는 매우 희박한 편이다. 주로 많이 거주하는 대도시라야 동부의 토론토, 몬트리올 그리고 서부 해안의 밴쿠버가 인구 100만 이상이고 그 밖의 소도시는 몇십만 혹은 몇만 정도이다.

자연조건은 대체로 평지이고 서부의 로키산맥의 산들만 매우 높고 험준하다. 기후는 겨울이 길고 여름은 대체로 건조한 편이다. 나무들은 남쪽은 온대성 활엽수 들이고 북쪽으로 갈수록 침엽수이다.

이러한 광활한 국토를 크게 보면 3구역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산의 나무들이 적당히 잘 자라는 동부, 수목이 거의 없고 예전에는 버펄로(북미의 들소)만 뛰어놀던 대초원( prairie[프레어리]) 지대인 중부, 그리고 험준하고 높은 산으로 형성된 로키산맥 서부, 따라서 중부는 별 볼 것 없어 대부분의 외국 관광객은 캐나다의 서부 혹은 동부만 보고 간다.

이렇게 넓은 국토이기에 캐나다는 공원이 많다. 공원이라고 우리가 생각하듯 작은 공원이 아니다. 물론 도시 내의 공원은 우리같이 오밀조밀하고 여름에는 아름다운 꽃으로 장식해 아름답지만, 지방에 있는 공원들은 무척 넓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광활한 지역을 차지한다. 내가 사는 동부 온타리오 북부의 Algonquin[알곤퀸] 주립공원은 거의 경상남북도를 합친 크기이다.

얼마 전 개봉된 캐나다 영화 Back Country[백 컨츄리]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젊은 남녀가 공원에 놀러 가 야영 중 곰의 습격으로 남자는 죽고 여자는 크게 다친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공원에서 길을 잃으면 위험하다. 공원 외곽에는 어느 정도 길을 만들었지만, 내륙으로 들어가면 길도 없고 일체의 인공적 개발을 하지 않고 야생 그대로의 자연을 보전해 놓았다.

캐나다 수도 오타와에 가까운 가티뉴(Gatineau) 공원은 가을 단풍으로 유명하다. 이곳을 공원으로 지정하고 일체의 개발을 금지한 것이 1900년 초라고 한다. 아무리 캐나다가 인구가 희박하더라도 그때 이미 환경 보존을 생각하고 공원 관리법을 제정했다니 놀랄만하다.

서부의 로키산맥 속에 위치하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뱀프(Banff), 루이스 호수(Lake Louise) 공원들은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져 있다. 이런 공원을 자세히 보면 편의 시설은 잘 되어 있지만, 이곳도 될 수 있으면 인공적인 변형을 최소한으로 제한했음을 알 수 있다.

공원 내의 밴프를 가 보면 개인 집들도 외벽 색깔, 창문 크기 외벽 재질 등 시(City)에서 통제한다고 한다. 주변의 자연경관과 조화를 맞추려는 이유에서이다. 이렇게 자연환경 보존에 진작부터 관심을 가져 캐나다는 OECD 국가 중 가장 큰 면적의 땅을 가졌지만, 야생상태를 가장 잘 보존한 나라로서 친화적 환경에 진작부터 관심을 가진 점은 부러움을 살만하다.

캐나다 전국에 고르게 자라는 나무가 바로 단풍이다.

따라서 한국에도 웬만큼 알려졌듯이 흰 바탕에 붉은 단풍잎이 국기이다. 자세히 보면 단풍잎의 잎사귀 끝 개수가 열 한 개 즉 영어로 'Eleven Pointed Maple Leaf (열 한 개 꼭지 달린 단풍)' 이라는 애칭으로 국기를 부르기도 한다.

단순한 단풍으로 장식된 캐나다 국기를 보면 한국의 매우 철학적인 의미의 태극기와는 매우 대조된다. 결국, 국민성을 반영한 것 아닐까? 이곳 사람들은 대체로 단순하고 직선적이다. 아마 넓은 지역에서 이웃과 별로 갈등 없이 살며 형성된 성격인지 모르겠다. 그래도 서구의 합리주의 사고의 영향인지 원칙을 지키면서도 실용적이다. 미국도 이런 면은 비슷한 것 같다.

이런 국기를 언제 만들었을까? 정식으로 국기로 채택한 것은 비교적 최근인 1965년이라 한다. 그 이전엔 영 연방의 일원으로 지금 오스트리아 혹은 뉴질랜드처럼 영국의 '유니언 잭' 이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지금 온타리오 주기(캐나다는 주 자체도 기를 만들어 사용한다)와 비슷한 현재와는 전혀 다른 모양이었다.

단풍나무는 캐나다 전국에 걸쳐 자라지만 미국 동북부 그리고 캐나다 동부 (온타리오, 퀘벡 주)에서 특히 흔하게 볼 수 있다. 이곳 단풍나무는 한국의 단풍나무와는 좀 다르다. 나무 자체도 훨씬 크고 잎도 크다. 가을에는 노란색으로 단풍이 든다. 언제인가 가을에 찾은 오타와 근교에 있는 '가띠뉴' 산의 단풍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온 산 전체가 노란 색깔로 정말 아름답게 물들었다. 한국의 단풍처럼 붉게 물드는 경우는 이곳에선 좀 드문 것 같다.

단풍나무와 연관하여 메이플 시럽(Maple Syrup)을 빼놓을 수 없다. 메이플 시럽은 단풍나무 중 'Sugar Maple'이라는 종류에서만 채취하는 우리나라의 조청과 비슷하며 캐나다 및 미 동북부 지방의 특산물이다.

주로 이른 봄부터 Sugar Maple에 대롱을 박아 수액(Sap이라고 한다)을 채취하여 농축한 것이 메이플 시럽이다. 따라서 제조 방법은 예전에 우리가 흔히 먹던 엿과 비슷한 것 같다. 원료만 다를 뿐 주로 봄철에 이러한 메이플 시럽을 맛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시럽 농장을 직접 찾는다.

메이플 시럽은 이곳에서 아침 식사로 흔히 먹는 팬케이크(Pan Cake)에 쳐서 먹는다. 주로 아이들이 좋아하지만 나도 좋아하는 편이다. 메이플 시럽 맛은 조청이나 꿀과 당도는 비슷하지만 조금 묽고 메이플 향기가 배어 달면서도 상큼한 맛을 낸다.

따라서 그런 농장을 찾아가면 팬케이크를 즉석에서 만들고 시럽과 같이 서빙 한다. 이런 곳에서 먹는 팬케이크는 신선한 시럽과 곁들여 맛이 그만이다. 대개 값은 일반 슈퍼보다 별로 싸지 않지만. 시럽뿐만 아니라 시럽으로 만든 사탕 과자( Maple Cooky) 도 파는데 모양이 꼭 단풍나무 같이 생겼다. 맛을 보면 너무 달아 아이들 간식으로 적당할까? 어른용은 아니다. 이 두 가지 특산물은 이곳 공항 매점에선 쉽게 구할 수 있다.

내가 어린 시절 아마 60년대 초만 해도 종로에 있는 유명한 빵집들에선 이런 팬케이크를 즉석에서 만들어 팔았다. 주로 행인들 구경하라고 큰 쇼 윈도 바로 안쪽에서 종업원들이 직접 만들었다. 유리창에는 큼직하게 '핫케이크(Hot Cake)'라고 써 붙이고 파는데 캐나다에서 지금까지 살며 그런 용어는 들어본 적이 없다. 당시에는 아마 설탕을 끓여 단맛을 메이플 시럽과 비슷하게 내어 사용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