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땀 한 땀 바느질이 만드는 새로운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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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땀 한 땀 바느질이 만드는 새로운 세상
  • 이영재 기자
  • 승인 2021.07.16 1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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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코트 잼마켓 (KOTE JAM MARKET) 에서 만난 '버려진 픽셀' 정은영 작가

 

버려진 작은 헝겊 샘플 조각들, 그 작은 편린들 속에 담긴, 여러 장인들의 영혼과 그들의 손이 빚어낸 수고의 아름다운 무늬들이 다시 춤추기 시작한다. 한 땀 한 땀 바느질로 서로 다른 조각들을 이어 나가자, 이전의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으로 새롭게 드러난다. 이 작업의 근간은 사소하게 여겨지는 것들을 재구성하여 그것의 가치를 끌어내는 것이다. 드디어 20년 넘게 간직해 온 그것들의 진가가 세상에 보여지게 되었다. 

(정은영 작가 전시 소개글 中에서)

 

'버려진 픽셀'이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는 개성 있는 인사동 코트(KOTE) 내 해봉빌딩 지하 공간에서 어쿠스틱 디자이너 김지경 작가와의 협업이 만들어낸 제안적 공간 전시이다. 전시를 기획한 정은영 작가를 통해 이번 전시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다. 

 

 

-작가님, 만나서 반갑습니다. 본인 소개 좀 부탁드려요. 

"유럽 브랜드의 한국 지사에서 패션 상품 바잉을 했던 정은영 작가라고 합니다. 무심코 버려지는 것들에 대한 사유를 근간으로 제가 20년 넘게 간직해 온 이태리산 패브릭 조각들을 새로운 이미지로 조합하는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 제목이 '버려진 픽셀'인데, 제목의 의미가 무엇인가요? 

"픽셀이라는 제목을 붙인 이유가 있답니다. 헝겊 샘플들을 보시면 샘플북에 네모 모양으로 붙여져 있어요. 이것들을 하나하나 다 떼어서 보관을 했고 시즌이 끝날때마다 헝겊 샘플들이 무심코 버려지곤 했었지요. 그런데 이 조각 하나하나가 다 이야기가 담겨있는, 그러니까 천연 원료에서부터 디자이너들과 염색 장인들의 노고 이 모든것들이 결합된 제작물이었고 하나하나가 다 제겐 너무 아름다운 것들이었는데 버려지는게 너무 아까웠습니다.

그래서 제가 언젠가는 어떻게든 작업을 하겠다고 마음을 먹고 계속 모았던 거죠. 그리고 어느덧 30년 가까이 이 천들을 간직하고 있었는데, 이제 서로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것들끼리 조합을 해보니 하나하나 조각들의 가치가 작업하는 과정 중에 더 느껴졌어요. 결국은 픽셀의 형태를 지녀서 픽셀이라고 이름 지었지만 그 하나하나가 모여서 또 다른 커다란 픽셀을 만들고 원래 하나의 천이 가지고 있던 의미보다 또 다른 의미의 픽셀로 다시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나는 걸 보면서 이러한 이름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번 전시를 하면서 느끼는 감정도 남달랐을 것 같은데요.

"이렇게 새로운 픽셀로 조합을 하는 과정을 통해서 전시로 보여줄 수 있게 된 게 저로서는 가치있는 작업이었죠. 이 작업을 한 것도 저에겐 행복이지만, 그 옛날에 버려졌던 이 헝겊들이, 그렇게 버려질 뻔 했던 이 공간을 만나서 서로 성격은 매우 다르지만, 묘하게 너무 잘 조화가 되는 이 광경을 보는 것이 저는 너무 기쁩니다."

 

-전시를 한 공간이 지하실이라는 점도 매우 특별한데요, 어떤 의미가 있나요? 

"지하실 공간은 기본적으로 비어 있고 노출 콘크리트나 시멘트로 마감이 되어 있어서 울림이 있죠. 사람과 사람이 대화하기도 힘들고. 무겁고 단단한 재질은 소리를 튕겨내며 반사시키죠. 패브릭은 가볍고 빈 틈이 있어서 소리를 잘 흡수해요. 지하실 공간에서 조각조각 모아진 패브릭이 함께 조화를 이루면 적절한 울림을 줄 수 있겠다고 생각해서 이 공간에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이 질문의 답은 함께 자리한 전시기획자이며 공간음향 전문가인 김지경작가가 해 주었다.)

 

 

정은영 작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버려진 것들을 사랑하는 작가의 마음과, 한 땀 한 땀 바느질을 하는 작가의 손길에 깃든 정성과 사랑이 묻어남을 느낄 수 있었다. 지하실이라는 이 어둡고 차가운 공간에 정은영 작가의 따뜻한 손길이 묻어 정성과 사랑이 묻어있는 공간으로 변모하는 모습을 보며, 공간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볼 줄 아는 법도 배우게 되었다. 

이번 '버려진 픽셀' 전시회를 시작으로 정은영 작가가 더 많은 전시를 통해서 따뜻함과 섬세함, 진실됨을 드러내는 훌륭한 작품들을 많이 완성하면서 작가의 길을 더 멋지게 도약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정은영 작가와 헤어지고 돌아가는 길에 본 하늘은 작가의 목소리처럼 몹시도 푸르고 맑은 하늘이었다.

 

전시정보: '버려진 픽셀'

기간: 7월 10일 ~ 7월 29일

장소: 인사1길 코트(KOTE) 

입장료: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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