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시 한 편
수선화, 그 환한 자리
고재종
거기 뜨락 전체가 문득
네 서늘한 긴장 위에 놓인다
아직 맵찬 바람이 하르르 멎고
거기 시간이 잠깐 정지한다
저토록 파리한 줄기 사이로
저토록 샛노란 꽃을 밀어올리다니
네 오롯한 호흡 앞에서
이젠 나도 모르게 환해진다
거기 문득 네가 있음으로
세상 하나가 엄정해지는 시간
네 서늘한 기운을 느낀 죄로
나는 조금만 더 높아야겠다
<사랑의 아포리즘>
생의 기쁨
꽃이 피는 순간, 그것이 사랑의 절정이리라. 그래서 그 고결한 사랑은 ‘샛노란 꽃을 밀어 올리’는 바로 그 순간의 긴장미로 인하여 ‘시간이 잠깐 정지’한 느낌이 들 만큼 엄숙해진다. 그러한 꽃이 피어나는 순간과 같은 사랑의 희열은 나(또는 그대)를 더욱 성숙하게 만든다.
환하게 불을 밝히는 사랑의 등불이다. 가지마다 등불을 매달 때 나무는 생의 기쁨을 만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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