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숲 속의 집(竹里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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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숲 속의 집(竹里館)
  • 曠坡 先生
  • 승인 2021.06.30 1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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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가 좋다

             대숲 속의 집(竹里館)

 

독좌유황리(獨坐幽篁裏)/외로이 깊은 대숲 속에 앉아

탄금부장소(彈琴復長嘯)/거문고 타며 긴 휘파람 부네

심림인부지(深林人不知)/아무도 모르는 깊은 숲속에

명월래상조(明月來相照)/밝은 달만 찾아와 비추고 있네

 

 

*깊이 모를 외로움의 심연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 왕유(王維)는 흔히 ‘시불(詩佛)’이라고 불립니다. 같은 시대의 시인 이백(李白)을 ‘시선(詩仙)’, 두보(杜甫)를 ‘시성(詩聖)’이라 하여 왕유와 더불어 당대뿐 아니라 중국 역대의 가장 위대한 시인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한, 왕유는 남종화(南宗畵)를 창안한 화가이기도 해서, 그의 시에서는 회화적인 이미지가 짙게 풍기고 있습니다. ‘시불’이라 불리는 데서도 알 수 있듯이 왕유의 시는 불교적인 색채 또한 스며들어 있어, 자못 선적인 경지까지 느끼게 해줍니다.

‘죽리관’ 즉 ‘대숲 속의 집’이라는 시 역시 회화적 이미지와 선적인 경지를 유감없이 보여주는 절창이 아닐 수 없습니다. 1구와 3구는 깊은 외로움을 드러내 주고 있으며, 2구의 거문고와 휘파람 소리는 대나무의 수직성과 어울려 상승하고, 4구의 달빛은 하강하면서 소리와 빛이 대나무 숲속에서 만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소리와 빛이 더욱 깊이 모를 외로움의 심연으로 이끌고 갑니다.

대숲도 그윽한데, 그 안에 들어앉은 집은 더욱 적막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여름밤 대숲에는 바람 한 자락 불지 않고, 조요하게 내리비치는 달빛은 사람의 심사를 가만두지 않습니다. 이때 달빛은 사람의 마음 깊이 숨어 있던 외로움을 불러내는 견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달빛 아래서 대숲 속 외딴집에 사는 한 처사는 저도 모르는 사이에 거문고를 켭니다. 거문고 소리는 달빛을 빚어 가락을 만들고, 처사의 외로움 섞인 한숨은 휘파람 소리가 되어 대숲으로 울려 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