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논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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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조 논쟁
  • 이동복 작가
  • 승인 2021.04.30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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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삼국 언어의 같은 뜻 다른 의미

 

중국집에서 서너 명이 둘러 앉아 다꾸앙 한 접시에 소주 예닐곱 병을 해치우던 시절이 있었다. 그 다꾸앙이 요즘 단무지로 순화되어 쓰이고 있다. 국어대사전에 단무지를 다음과 같이 풀이하고 있다. ‘무를 시들시들하게 말리거나 소금에 절인 다음 물기를 빼고 소금과 쌀겨를 섞은 데에 파묻어 만드는 일본식 짠지. 감미료, 산미료, 향신료 따위를 더한 조미액에 담가 만들기도 한다.’ 북한에서는 겨절임무우라고 한다.

다꾸앙, 정확히 일본어로는 타쿠앙담금(沢庵漬け)이다. 이를 세상에 알린 이는 17세기에 살았던 타쿠앙소오호오(沢庵 宗彭/たくあん そうほう,1573~1646)라는 스님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당시 만든 방법은 국어사전 첫 번째 문장과 같다. 발효식품이다보니 중국의 취두부(臭豆腐) 수준으로 냄새가 난다고 한다. 이것이 일제 강점기에 한국으로 전해져 우리에게도 친숙한 음식이 되었다. 그리고 전북 익산시에 타쿠앙스님의 제법 그대로 만드는 곳이 있다고 한다. 우리는 공장에서 수분을 제거하지 않고 만든 것에 익숙하다. 우리와 같은 일제강점의 경험을 가진 타이완에도 이 음식이 전해져 대만어로는 함채포(鹹菜脯), 본토에선 咸菜脯라고 간자체로 쓴다. 중국에서는 무말랭이에 소금 등 여러 가지 담금 식품을 총칭한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타쿠앙 스님의 이름은 지워졌다.

우리가 일본과 김치전쟁을 벌여 ‘Kimchi’가 ‘Kimuchi’를 이긴 것은 익히 아는 바이다. 그렇다면 단무지도 다꾸앙이란 원래 이름으로 돌려놓는 것이 어떨까 한다. 남의 것을 들여왔으면 최소한 그 이름만큼은 남겨두어 만든 사람에게 예의를 표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요즘 우리는 중국과 또 다른 김치전쟁을 벌이고 있다. 김치의 원조가 중국이라고 한다. 중국어로 ‘泡菜[pào cài]’라는 것이 바로 김치의 원조라는 것이다. 사전적인 의미는 ‘소금에 절여 발효시킨 야채’이다. 필자가 중국 동북지방에서 그 지역민이 즐겨 먹는 음식에 ‘酸菜[suān cài]’라는 것을 본 적이 있다. 백김치와 비슷하나 시원한 국물이 없다는 점이 다르다. 김치 특유의 발효식품 향이 나는 식품을 중국에서 본 적이 없는데 어불성설이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가 1996년에 정한 Kimchi도 중국에서는 찾아보기 어렵다. 가을이면 아파트마다 베란다에 배추를 보관하여 겨우내 날 것으로 먹는 것이 동북지방 중국인의 일상이다. 영문도 ‘pickle’로 표기하고 있다. 이른바 ‘소수민족 조선족’의 음식이기에 바로 자신들의 일부로 편입하려는 또 다른 동북공정이 아닌가.

나는 단무지를 먹으면서 늘 다꾸앙 스님에게 미안하고 감사한다. 슬쩍 훔쳐온 듯한 가책이 들기에. 일본이 김치를 훔쳐가려는 걸 막았듯이 우리도 남의 것을 도입했으면 원작자의 이름은 살려줘야 한다. 그래야 중국이 김치를 도둑질해가려는 것을 떳떳하게 막아낼 수 있으니까.

일본에서는 가정에서 다꾸앙을 만들었다는데 요즘은 갈수록 자가에서 만드는 사람이 줄어든다고 한다. 우리도 어머니들이 집에서 김치를 담갔는데, 요즘은 김치를 담글 줄 아는 주부들이 갈수록 줄어든다. 이러다가 김치 원조가 정말 중국으로 바뀔 수도 있겠다는 위기감이 든다. 북으로 갈수록 김치 맛이 순해진다는 말도 있는데 문득 궁금해진다. 올 가을엔 나도 김치 만드는 법을 배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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