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春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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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날(春日)
  • 曠坡先生
  • 승인 2021.03.30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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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가 좋다

                 봄날(春日)

 

금입수양옥사매(金入垂楊玉謝梅)/버들 금빛 물이 들고 옥빛 매화 지는데

소지신수벽어태(小池新水碧於苔)/작은 못의 새로운 물은 이끼보다 푸르다

춘수춘흥수심천(春愁春興誰深淺)/봄의 근심과 흥취 어느 것이 깊고 얕을까

연자불래화미개(燕子不來花未開)/제비도 오지 않고 꽃조차 피지 않았는데

 

 

*이른 봄의 가슴앓이

조선 중기의 문신 서거정(徐居正)의 시입니다.

1구의 ‘금입(金入)’은 ‘노란 꾀꼬리가 버드나무 숲속으로 날아드는 것’을 묘사한 것으로 풀이하기도 하는데, 여기서는 그냥 ‘버드나무 가지에 노란 잎이 돋기 시작한다.’는 의미로 해석해도 큰 무리가 없다고 생각됩니다.

바야흐로 매화가 지고 버드나무 가지에 새순이 돋는 봄입니다. 작은 연못의 봄물이 유독 푸른 봄에, 시인은 자연적으로 느껴지는 근심과 흥취로 마음을 저울질해봅니다. 아직도 제비도 오지 않고 꽃도 피지 않는 이른 봄이지만, 시인은 공연히 설레는 마음과 근원을 알지 못하는 어떤 외로움(또는 괴로움)을 어쩌지 못하고 있습니다.

늦은 겨울과 이른 봄 사이의 가슴앓이를 시인은 그렇게 겪어냅니다. 해마다 나무가 추운 겨울을 겪으면서 나이테를 하나씩 늘려나가듯, 시인의 감성 또한 그만큼 아픔 속에서 성숙해집니다. 나이를 한 살씩 더 먹어가는 인생살이 역시 봄의 가슴앓이로 깊어지는 것 아닌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