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까치꽃과 개불알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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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까치꽃과 개불알풀
  • 박원 작가
  • 승인 2021.03.2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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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와 그 앞잡이들에 의해 왜곡된 우리 꽃이름 이대로 둘 것인가?
봄까치꽃
봄까치꽃

봄까치꽃입니다.

  봄까치꽃이란 단어는 이해인 수녀의 '봄까치꽃'이란 시에 쓰였는데 이것이 문서상으로는 처음 기록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이름은 여름이 오기 전인 봄까지 피는 꽃이라고 봄까지꽃에서 와전된 이름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국명에는 이 이름이 개불알풀입니다. 개불알풀은 일본명 이누노후쿠리를 번역한 이름이고 유사종인 큰개불알풀은 오이누노후쿠리를 번역한 것입니다.

  우리는 일제강점기라는 외침의 역사를 건너왔고  지금도 아물지 않은 원망과 한으로 기억합니다. 그 시기  성노예로 살았던 증인들이 살아있고 전쟁터에서 총알받이로 쓰러진 젊은이의 가족이나 그 후손들이 아직도 고통속에 살고 있습니다. 식물이나 사물의 이름에는 시대를 반영합니다.

   따라서 개불알풀은 우리 역사에서 불행했던 시기를 기억하게하는 이름입니다. 불행했던 시기를 무고하게 넘긴 사람도 있지만, 외침에 항거하며 갖은 고난을 감내하고 투쟁에 나섰던 이들이 있습니다. 일제 앞잡이가 되어 나라와 영혼를 팔아먹은 이들도 있고, 그들에게 자발적으로 몸을 바친 이들도 있습니다. 이 땅에는 지금 용감한 후손들과 전범들의 후손이 함께 뒤섞여 오늘을 살고 있습니다. 지금도 토착 왜구란 말이 거론되기도 합니다.  

  개불알풀은 청산하지 못한 일제의 잔재라 할 수 있습니다. 사물 이름은 특히 꽃 이름은 아름다워야합니다. 같은 이름 이라도 시인과 소설가가 쓴 이름이 소중한 가치와 의미를 지닙니다.

  언어란 시인과 소설가에 의해 확산되어 왔습니다. 히랍어가 호머를 떠나서는 존재할 수 없을 것이며 영어가 초오서와 같은 작가가 없었다면 지금의 형태로 남을 수 없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글이 정철이나 김만중 같은 시인, 소설가가 없었다면 대중들 속에 확산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 식물명에는 다른 분야에 비해 유난히 일제의 영향이 많이 남아있습니다. 일제에 부역한 인사들이 해방이 되고도 지위를 잃지 않았고 그들의 영향력은 지금껏 청산하지 못한 과오로 남아 있습니다. 일제 부역행위에 가담하며 출판한 서적이 지금도 우리 식물명의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그들이 그런 책을 낸 것이 마치 당시 조선어학회의 회원으로 말모이 사건에 동참한 애국지사의 일원으로 간주되는 것은 더욱 기막힌 일입니다.  조선어학회 말모이 사건에 참여한 민족지사들은 일제하에서는 책을 내지도 못하고 갖은 고초와 고문, 옥사를 당했습니다. 일제하에 식물명을 정리한 주요 인사들은 말모이 운동과는 전혀 무관했으며 또한 이들 중에는 어느 누구도 독립선언문에 이름을 올리지 않았습니다.   

  1920년 조선총독부는 '조선어사전'을 출간했습니다. 이 조선어 사전은 일제의 식민통치를 위해 쓰여진 책일 뿐입니다. 일제하에 나온 특정 식물명집은 민족의식의 일환이 아니라 일제의 내선일체를 위한 부역행위일 뿐이었습니다.  

  이 글에서 명시적인 이름이나 책 이름을 거론하지 않는 것은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오거나 악의적인 의도로 인용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우리 식물명은 왜 이렇게 난장판인가에 의문을 가지고 자료를 조사하다 도달한 결론이라는 것을 밝혀 두고자 합니다. 곱고 아름다워야 할 우리 식물명이 일제에 의해 의도적으로 왜곡된 것을 알고서 올리는 글입니다.  아울러 개불알풀은 당시에 쓰여진 문제가 된 책에는 표기되지 않았다는 것도 밝혀둡니다. 일제가 물러가고도 그 앞잡이들은 우리 식물명에 지금껏 너무도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큰봄까치꽃
큰봄까치꽃

  앞의 사진이 봄까치꽃이고 바로 위의 사진은 큰봄까치꽃입니다. 큰봄까치꽃이라 해도 지름이 1cm가 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