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이후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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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이후의 삶
  • 권용철 작가
  • 승인 2021.02.10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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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감동시킨 한 권의 책

 

핵은 인류를 어떻게 만들까? 부족한 에너지원이 되고 문명사회의 총아로서 인류에 기여할 것인가? 러시아 체르노빌에서 시작하여 일본 후쿠시마에 이르는 일련의 핵사고를 보면서 사람들은 이제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핵이 인류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과 내 집 앞이나 내 나랏일이 아니면 나와는 상관없다고 생각하던 무관심이 좀 달라진 것이다.

핵이라는 물질은 유용한 에너지의 용도와 관계없이 결국은 인류를 파멸의 길로 안내할 것이라는 의식이 더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한반도에 핵무기가 있어서는 안 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도 핵이라는 물질이 이 땅에 이제는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의 핵무기는 통일되고 나면 우리 것인데 그러면 우리도 핵 보유 강대국이 되는 게 아니냐는 식의 유아적 상상도 핵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책의 저자인 서경식과 한홍구, 그리고 다카하시 데쓰야는 인문학자로서 핵에 관한 한은 사실 전문가가 아니다. 그렇지만 전문가들이 저지르는 편협한 사고와 경직된 시각, 전체를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 때문에 인문학자인 그들이 말하는 충고는 그래서 더 설득력이 있고 빛이 난다. 핵이든 자연이든 과학이든 문명이든 결국은 우리의 삶, 인문학의 범주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인간의 무지와 오만이 핵을 자유롭게 다룰 거라는 망상에 들게 하지만 이 세상은 인류가 생각하듯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다. 과학이 모든 걸 해결해 줄 거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삼라만상 자연의 그물과 조화는 우리가 알 수 없는 엄청나게 촘촘하고 오묘한 관계 속에 구성돼 있다는 것을 우리는 깨달아야 한다. 우리가 그런 인식을 잃어버리는 순간 핵은 기필코 우리에게 엄청난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다.

우주 거시적 생태순환으로 볼 때 어쩌면 머지않아 멸종하게 될지도 모를 인간이 핵으로 미리 화를 자초해서 스스로 절멸하는 어리석음과 우를 범하지는 말아야 하지 않겠는가! 지구 역사 46억 년 중에서 겨우 350만 년 아니 어찌 보면 3만 년 정도의 인류가 이 지구를 좌지우지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하루빨리 벗어날 때 인간도 지구도 구원될 수 있다. 이 어마어마하고 광활한 우주에서 미구에 나타날 다른 별의 아름다운 생명체와 서로 공존하며 조화롭게 살아갈 인류를 꿈꾸기 위해서도 핵은 절대 아니다. 위험한 물건을 가지고 노는 아기를 보듯 핵을 만지는 인류의 모습은 너무도 위태롭다. 그래서 책의 두 화자가 말하는 경고는 더욱 우리를 섬뜩하게 한다.

인류 스스로 멸망의 길로 가고 싶지 않다면 어서 핵을 버려야 한다. 그것만이 살길이다.

후쿠시마 이후의 삶/한홍구, 서경식, 다카하시 데쓰야/반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