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거사의 시골집을 방문하다(訪金居士野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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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거사의 시골집을 방문하다(訪金居士野居)
  • 曠坡 先生
  • 승인 2020.11.10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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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가 좋다

   김거사의 시골집을 방문하다(訪金居士野居)

 

추운막막사산공(秋雲漠漠四山空)/가을 구름 아스라하고 온 산은 비어 있는데

낙엽무성만지홍(落葉無聲滿地紅)/소리도 없이 땅 위로 가득 떨어지는 단풍잎

입마계변문귀로(立馬溪邊問歸路)/시냇가에 말을 세우고 돌아갈 길을 묻는데

부지신재화도중(不知身在畵圖中)/오 내가 한 폭의 그림 속에 있는 줄 몰랐네

 

그림 같은 가을 풍경

이른바 ‘조선 건국의 설계자’로 알려진 정도전(鄭道傳)의 시입니다. 그는 고려 말 신진 사대부 출신으로 이성계를 도와 조선을 건국했으나, 이방원에게 피살당한 비운의 주인공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높고 푸른 하늘에 새털구름이 편편이 떠 있고, 산에는 사람 그림자 하나 없이 적막합니다. 그런데 소리 없이 낙엽을 지우는 나무들, 땅에는 가득 붉은 단풍이 깔려 있습니다. 시인이 문득 생각하니, 그 자신이 그림 속의 주인공처럼 보입니다.

가을 산의 아름다움이 종장에 ‘한 폭의 그림’으로 절묘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시인 자신까지도 자연의 일부가 되어 한 폭의 그림으로 재탄생되는 순간입니다.

이 시를 읽으면 깊은 가을이 저절로 가슴에 와서 아로새겨지는 느낌이 들게 합니다. 시인처럼 홀로 깊은 산에 들어가 가을의 주인공이 되어보는 것도 좋은 추억이 될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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