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호(龍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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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호(龍湖)
  • 曠坡 先生
  • 승인 2020.11.03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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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가 좋다

            용호(龍湖)

 

고목한운리(古木寒雲裏)/고목은 차가운 구름 속에 가려 있고

추산백우변(秋山白雨邊)/가을 산자락에 희뿌연 빗줄기 어리네

모강풍랑기(暮江風浪起)/저물녘에 강물에서 풍랑이 일어나니

어자급회선(漁子急回船)/어부는 급히 뱃머리를 돌리고 있네

 

*저절로 그림이 그려지는 시

조선 중기의 문신 김득신(金得臣)의 시입니다. 화가 김득신과는 동명이인으로, 호는 백곡(栢谷)입니다. 어려서 천연두를 앓아 머리가 둔한 편이었는데, 그래서일까 그는 적어도 한 책을 1만 번 이상 읽었다고 합니다. 임진왜란 때 진주대첩을 이끈 김시민 장군의 손자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바로 이 ‘용호’라는 시는 당대의 효종(孝宗)까지도 감탄하게 했을 정도로 인구에 회자하는 김득신의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오언절구의 몇 자 안 되는 짧은 시구지만, 소나기가 지나가는 가을 산자락과 강물의 풍경을 눈에 보이듯 옮겨 놓고 있습니다.

고목과 가을 산은 저기 저만큼 떨어진 곳에 그저 부동의 자연물로 존재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희뿌옇게 쏟아져 내리는 소나기와 강에서 고기를 잡다 풍랑이 일자 급히 뱃머리를 돌리는 어부의 운동성이 이 시를 살아 움직이게 하고 있습니다.

시를 한 수 읊고 눈을 감은 채 조용히 음미를 해보면 저절로 그림 같은 풍경이 그려질 것입니다. ‘언어’라는 붓질로 표현한 절경은 또 다른 묘미를 선사하리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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