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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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의 종말
  • 권용철 작가
  • 승인 2020.10.13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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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감동시킨 한 권의 책

 

제프리 삭스의 570쪽에 달하는 두꺼운 책. 한 달에 한 권 정도는 두꺼운 양서에 도전한다는 목표 아래 읽기 시작한 책이다. 제목부터가 근사하다. ‘빈곤의 종말’ -가난을 끝장낸다는 말 아닌가? 가난이 없어진다는 말이 아닌가?

내 나이 또래의 사람들에겐 가난이라는 단어가 주는 공포감은 남다르다. 가난은 슬프고 불편하고 처참하다. 초등학교 시절인 1960년대 당시 이윤복이라는 어느 가난한 어린이를 소재로 한 영화 <저 하늘에도 슬픔이>는 온 국민을 울렸다. 영화 내내 펑펑 소리 내어 울었던 기억이 난다.

열심히 공부하고 땀 흘려 일해서 이 지긋지긋한 가난에서 벗어나는 게 당시 모든 사람의 삶의 목적이었다. 가난은 순전히 개인의 문제라 생각했다. 남들보다 열심히 일 안 하고 그저 게으르고 못 배우고 무식해서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 가난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나이를 먹고 세상을 살면서 언제부터인가 그 가난이 꼭 개인만의 책임이 아니라 여러 가지 사회적 요인도 작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것은 곧 사회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되었다.

빈곤의 퇴치는 지구촌 평화의 길이다

이 책에서 강조하는 것도 바로 그것이다. 가난한 나라들이 가난에서 벗어나려면 그 나라 국민의 노력은 물론, 주변의 도움이 절대 필요하다는 것이다. 자본주의라는 구조가 경쟁에 기초하다 보니 시장에서 생기는 질서는 사실 약육강식의 논리가 우선한다. 체급이 다른 선수들끼리 매일 싸우면 작은 선수는 절대 이길 수 없는 것이 자본주의다. 공정하지 않은 규칙으로 강국과 빈국이 무역하면 결과는 뻔한 것이다.

굳이 철학적인 개념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세상은 함께 살아야 하는 곳이다. 평화와 행복이라는 문제도 나만 잘 살아서는 되지 않는 것이다. 부자의 논리로만 본다면 다른 나라의 가난을 왜 잘사는 나라들이 도와야 하는가, 그것은 가난한 나라들의 문제가 아니냐고 생각할 수 있다. 이 책은 바로 그 점에 대해서 ‘아니다’라고 말하고 있다.

빈곤이라는 문제는 어느 한 나라의 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세계가 서로 연결된 문제이다. 가난은 단순히 경제적 문제만이 아니라 평화의 문제, 전쟁의 문제, 보건의 문제 등 인류의 모든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빈곤의 퇴치는 곧 인류문명의 발전, 지구촌 평화의 길이다. 빈곤은 인류 만병의 근원이다. 엘살바도르의 로메로 대주교도 “모든 폭력의 근원은 극심한 빈부 격차입니다.”라고 말하지 않았던가!

저자는 아프리카를 비롯해 동유럽, 남미 등 지구촌 대표적인 빈국 지역을 다니면서 가난 퇴치를 위해 큰 노력을 한다. 그리고 부국들과 유엔에 여러 가지의 방법들을 제시한다. 그가 제시한 방법으로는 채무탕감, 충분한 원조, 보건·의료·교육 등 사회 인프라에의 투자, 그리고 무역 개혁 등을 통한 지원책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을 일단 발전의 사다리에 첫발을 올려놓게 하는 게 첫 번째 과제라고 말한다.

그런데 세계의 원조실태는 너무나 미약하다. 특히 강대국을 자처하면서 세계 곳곳에 간섭하고 있는 미국의 원조가 너무 적다고 말한다. 지구상의 빈국들을 가난에서 탈출케 하려면 미국 GNP의 0.7%만 지원하면 되는데, 그것의 10분의 1도 지원하지 않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한다.

빈곤의 타파가 우리에게 마지막 남은 당면과제

저자는 가난에 대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편견에 대해서도 말한다. 우리가 흔히 아프리카의 가난에 대해 말할 때 그들 민족성의 문제라고 치부하기가 일쑤다. 그러나 그러한 아프리카 민족에 대한 지구촌의 고정관념에 대해서도 그는 말한다. 그들은 게으르지 않으며 비도덕적이지도 않고 에이즈의 문제도 그들의 문란한 성생활에 기인하는 것이 아니라 보건환경의 문제이며 그들도 지구 인종들의 평균적인 성생활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결국, 아프리카의 후진은 민족성이 아니라 지리적 생태적 문제, 그리고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에 기인하는 것이다. 저자의 말을 듣고 보면 인류문명의 발전은 인종의 우월에 의한 것이 아니라 환경적, 지리적 요인에 기인한다는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의 주장과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저자는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서는 빈곤의 퇴치는 인류가 꼭 이루어야 할 역사적 당면과제 중의 하나라고 역설하면서 그동안 인류문명의 발달사의 흐름에 대해 말하고 있다. 노예제도가 없어지고 식민주의가 사라졌으며 근대에 와서는 인종주의가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이제 빈곤의 타파가 우리의 과제로 남아 있다.

식민지 타파가 인도의 간디에 의해 주도되었고 인종주의는 마틴 루서 킹 목사에 의해 진행되었듯이 빈곤타파의 문제도 결국 가난한 사람들에 의해 불길이 올라야 한다고 말한다. 첫 번째 사다리 칸에 올라서기까지에는 당사자들인 가난한 나라들이 그걸 요구하고 주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두껍기는 하지만 좋은 번역으로 인해 잘 읽히는 책이다. 어렵지 않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꼭 한번 읽어 볼 만한 책이다. 가난의 작동을 공부할 수 있다.

빈곤의 종말/ 제프리 D. 삭스/ 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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