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핑크스의 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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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핑크스의 코
  • 권용철 작가
  • 승인 2020.06.17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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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감동시킨 한 권의 책

 

내가 리영희 교수로부터 받은 이 엄청난 깨달음을 어떻게 보답해야 할까? 리영희 교수의 책을 읽은 것으로는 <전환시대의 논리>, <대화> 등 그리 많지 않지만, 그때마다 내가 얻고 느꼈고 깨달았던 세상에 대한 지식은 실로 ‘충격’이라고 표현해야 할 정도였다. 이 책 <스핑크스의 코>도 그렇다.

책 제목에서 말하는 <스핑크스의 코>는 유럽 기독교 국가들이 자신들보다 우월한 이집트 문명의 숨통을 끊어버리기 위해 이집트 석상들의 코를 모조리 깨버렸는데 그 대표적인 것으로 스핑크스의 코를 표현한 것이다. 마치 일제가 우리나라 명산 곳곳에 쇠말뚝을 박아 민족의 혈을 끊어놓고자 했던 것처럼~.

이 책은 리영희 교수가 1995년 전후 몇 군데의 매체에 기고한 사회 비평적인 짧은 글들을 모은 것이다.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무려 25여 년 전쯤에 쓴 글들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요즘의 현실에 대입해도 전혀 틀리지 않는다. 평생을 진실 하나만을 추구해 오신 그분의 글쓰기는 역시 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는다. 종교에 대한 생각, 언론과 통일에 대한 생각 등 우리가 알고 깨달아야 할 내용이 차고 넘친다. 그 중 ‘남북문제에 대한 한국 언론의 문제’의 글은 모두가 필독해야 할 내용이다. 남북문제에 대한 언론의 횡포를 개탄하고 언론인의 무지에 대해 애통해한다. 대한민국의 언론인이라면 반드시 읽어보고 깨달아야 할 사실들이다.

지나간 우리 역사의 진실을 알기를 원하는 사람은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책

그는 국민에 대해서도 여러 차례 절망과 분노를 나타낸다. 몰라도 이렇게 모를 수 있는가? 그의 글 곳곳에서 좌절하는 그 마음을 느끼게 된다. 또한 <민족통일의 세계사적 인식>의 글은 지금 오늘을 사는 모든 사람이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글이다. 노교수의 혜안과 현실을 직시하는 통찰력이 가슴을 친다. 한국 정치의 뒤틀려진 출발과 거기서 비롯된 무수한 부작용과 파행은 현재의 우리를 이 모양으로 만들어 놓았다고 개탄한다. <마음의 빚>이라는 글에서는 진실의 힘 하나로 평생 올곧고 강직하기만 했던 그분도 인간사에서 필연적으로 생기는 온정과 배려의 문제에 소홀했던 어떤 글쓰기에 대해 그 당사자가 죽은 뒤 이 글로서 후회와 반성을 한다. 리영희 교수의 또 다른 인간적인 면을 느끼게 하는 글이다. 그렇지. 사는 게 뭔데 하는 느낌이 드는 글이다.

이 책은 저자 스스로 이곳저곳에 쓴 잡문이라고 말하지만, 여기에 있는 글들은 모두 소금과 같은 글이다.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이런저런 일들을 보면서 분노하고 절망하고 민족성을 회의하고 과연 민심이라는 게 실체는 있는 것인가 하면서 좌절하는 작금의 현실에서 리영희 교수의 <스핑크스의 코>는 그나마 한줄기 소나기와 같다. 지나간 우리 역사의 진실을 알기를 원하는 사람은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

스핑크스의 코/리영희/한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