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SPACE, JUST A PLACE : ETEROTOP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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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SPACE, JUST A PLACE : ETEROTOPIA
  • 정숙연 기자
  • 승인 2020.06.15 11: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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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간, 그 장소 : 헤테로토피아 대림미술관

서울의 단 하나 뿐인 '구찌 플레이스',

대림미술관에서 열리는 구찌의 국내 최초 문화예술 프로젝트

나와 당신과 누군가가 공존하는 이야기

전혜림
전혜림, 시선의모양

총괄 큐레이터인 미리암 벤 살라(Myriam Ben Salah)는 서문에서 <이 공간, 그 장소: 헤테로토피아>는 서울의 독립공간 및 대안 공간을 한자리에서 만끽하며  '다른 공간'이 무엇일지에 대한 정의를 제안한다. 다름이 공존하는 새로운 세상을 모색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관계하면서, 포괄적인 미래를 구축하는 장소라고 말한다.

또 급진적인 예술 공간들을 가시화하며 자율성과 기존의 역학관계에 대해 질문하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에 선택된 장소들은 시청각, 통인동 보안여관, 합정지구, 화이트 노이즈, 스페이스 원, OF, 취미가, 탈영역 우정국, 공간 일리, D/P이다. 참여 작가들이 위의 공간에서 전시했던 전시를 살펴보고 미리암 벤살라가 직접 선정한 것이다. 참여 작가는 이윤정, 전혜림, 강우혁, 류성실, 최하늘, 윤지영 등이며 일종의 아카이브 전시인 셈이다. 이 작가들의 새로운 작품도 함께 전시되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강우혁, 달나라 부동산
강우혁, 달나라 부동산

 

아쉬움이 있다 하더라도 참여한 다른 작가들의 작품 중 올리비아 에르랭어(Olivia Erlanger)의 세탁실 설치물인 <IDA, IDA, IDA!  2020>은 그 중에서도 가장 압권이다. 세 개의 인어공주의 꼬리가 세탁실의 세탁기로부터 빠져 나와 있다. 꼬리들이 세탁기에 나타나면서, 설치물 도처에는 모호함이 감돈다. 인어는 나오려는 걸까, 들어가려는 걸까? 세탁실이라는 공간에 포인트를 두고 생각하면 좋겠다.

IDA
올리비아 에르랭어, IDA

대림미술관이 2.9점 대의 평점을 받은 이유는 무엇일까?  대림미술관은 지금까지 디자이너나 사진작가의 작품을 주로 전시하였고, 때로는 상업적인 작가들도 초청하였다. 그런데 이번 전시는 예술성과 실험성이 강한 젊은 작가의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어 기존에 대림미술관을 관람하던 관람객에게는 난해하게 보일 수 있다. 미술관을 대여한다는 형식이 그동안 대림미술관의 전시방식과 다른 부분이 많다. 대림미술관이라면 전시장의 컬러와 향기까지도 포함시켜 관람객이 전시를 오감으로 체험하게 하는 점이 개인적으로 기억에 남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그런 점은 찾아보기 어렵다. 참여 작가들의 기존 작품 뿐만 아니라 새로운 작품도 추가하여 과거와 현재를 살피는 공간이었다면 어땠을까. 관람객들이 어려워할 전시라면 책자라도 찾아보기 쉽게 해야 하는데, 전시 순서와 책자 순서가 일치하지 않아 작품에 몰입하기 힘들었다. 구찌라는 이름을 강조하여 관람객에게 선입견을 준 것은 긍정적이기는 커녕 오히려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미술관은 작품과 관람객이 만나고 작품을 통해 작품 이면의 작가와 소통을 위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 관람객의 편의를 우선으로 생각하지 않는 전시가 좋은 평점을 받기는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켰다.

코로나 19 방역은 우수하며 소수의 안전한 관람이었다.

 

전시명 : 이 공간, 그 장소: 헤테로토피아

일시 : 2020.4.17(금)~2020.7.12(일)

코로나 19로 인해 사전예약, 예매제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