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을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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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을 써보자
  • 지호원 작가
  • 승인 2020.04.20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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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호원 작가의 글쓰기 강좌(22)

 

치유에서 창작으로

글쓰기는 문학을 향한 시발점이지만, 그것이 곧 인간의 이해는 아니다. 글쓰기는 기술로도 가능하지만, 문학은 기술이 아닌 마음이기 때문이다. 마음에 다가가기 위해서는 울림이 필요하다. 그 울림은 나에게서 나온다. 그리고 그 나는 바로 진정성이다. 예를 들어 자서전은 타인에게는 나를 드러내는 일이지만, 자신에게는 지난 시간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이다.

글쓰기 수업을 하면 나는 수강생들에게 글쓰기의 첫걸음으로 일기 쓰기를 권한다. 일기는 뜻 그대로 매일 매일 자신의 이야기를 쓰는 것이다. 그러나 매일매일 일기를 쓴다는 것은 사실상 습관이나 훈련이 되지 않은 한 어려운 일이다. 그 때문에 일기의 개념을 매일이 아닌 일주일 또는 보름이나 한 달, 그도 아니면 마음이 왠지 허전하고 외로움을 느낄 때, 노트를 꺼내 그동안 쉬 밖으로 표현하지 못하고 마음에 담아두었던 감정들을 가능한 볼펜으로 꾹꾹 눌러쓰면서 풀어보라고 권한다.

글쓰기의 시작은 나로부터 출발한다

이는 인간에게는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살았건 나름의 상처가 있기 때문이다. 그 상처는 내면적인 상처일수도, 신체적인 장애일 수도 또는 여러 가지가 조합된 복합적인 상처일 수도 있다. 그러한 상처들을 풀어내는 방법의 하나가 글을 쓰는 것이며, 그 글의 시작은 나로부터 출발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이러한 일기 쓰기가 어느 정도 몸에 익게 되면, 다음 단계로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자서전을 써보라고 권한다. 기존에 가졌던 자서전에 대한 사회적인 고정관념을 버리고 평범하지만 내게는 소중했던 시간을 되새기고 기억하면서 그 시간 안에 옹이처럼 단단하게 박혀있던 상처들도 털어버리라는 뜻이다. 상처는 인간을 외롭게 만들고,

뾰족하게 날이 선 송곳이나 칼날처럼 타인에게, 또는 아주 가까운 사람에게도 자신도 모르게 상처를 제공하는 원인이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 뒤에 권하는 것이 수필 쓰기다. 일기를 통해, 자서전을 통해 글쓰기에 어느 정도 근력이 붙고 자신감도 생기게 되면 자기 생각이나 감정을 타인에게 내보이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이는 굳이 조지오웰의 ‘글쓰기는 욕망의 발현이다’라는 말을 인용하지 않아도 되는 아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