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시 한편
기쁨
나태주
난초 화분의 휘어진
이파리 하나가
허공에 몸을 기댄다
허공도 따라서 휘어지며
난초 이파리를 살그머니
보듬어 안는다
그들 사이에 사람인 내가 모르는
잔잔한 기쁨의
강물이 흐른다
<사랑의 아포리즘>
-우연에 기대는 사랑
사랑은 ‘허공에 몸을 기대는’ 일이다. 허공인 줄 알면서 몸을 기대는 당신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알고 있다. 그러나 허공인 줄 알고 몸을 기댔는데 ‘보듬어 안는’ 어떤 이의 가슴이 있음을 알았을 때, 비로소 당신의 가슴에서는 어떤 흐름이 잔잔한 ‘강물이’ 되어 물결치기 시작한다. 그 흐름 위에 반짝이며 기쁨의 햇살이 부서져 내린다.
-사랑은 어쩌면 우연에 기댈 때가 많다. 기대하지 않고 바라지 않고 그저 허공으로 손을 뻗었을 뿐인데, 누군가의 보이지 않는 손이 문득 꽃 한 송이를 건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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