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써야 하나?

지호원 작가의 글쓰기 강좌(27)

2020-06-04     지호원 작가

 

수필을 쓰기 위해서는 먼저 글감을 정해야 한다. 일기나 자서전은 자신의 이야기이기에 이미 ‘나’라는 소재가 정해져 있고, 굳이 무엇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주제가 없어도 된다. 시간을 되돌려 기억하고, 그 기억을 통해 내가 받고 주었을 인생의 상처나 아픔들을 치유함으로써 미래를 설계하면 된다.

그러나 수필은 일기와는 다르게 타인에게 내 생각을 알리고 싶은 일이기에 제3의 독자가 있다고 가정하고 써야 한다. 때문에 ‘주관적 + 객관적’인 시각이 필요하다. 그렇다고 그럼 뭘 써야 하지? 하고 미리 고민하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지금 떠오르는 일, 재밌었던 일, 기억에 남는 일 등을 소재로 삼아 자기 생각을 그 안에 녹여내면 된다.

글쓰기에는 정답이 없기에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이야기가 달라진다

글감은 먼 곳에 있는 게 아니다. 생활 속 이야기나 사회에서 일어나는 현상, 또는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누군가 도란도란 나눈 남의 이야기도 내가 공감을 한다면 좋은 소재가 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글쓰기에는 정답이 없기에 그것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이야기가 달라질 뿐이다.

글쓰기에 앞서 두 번째로 생각해 볼 것은 그런 이야기를 왜 쓰고 싶은지? 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그게 바로 글의 주제가 되는 것이다. 내가 어떤 이야기를 통해 하 고 싶은 말이 뭔지 다시금 생각해보는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주제라고 해서 대단히 무겁고 심각한 건 아니라는 것이다. 이야기를 쓰고 싶은 이유, 이야기를 통해서 말하고 싶은 무엇, 그게 바로 주제다.

세 번째, 이야기에는 시작, 중간, 끝이 있어야 한다. 어떻게 시작해서, 중간에는 어떤 이야기를 하고, 끝에 가서 결말은 어떻게 낼 것인지 결정을 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글의 구성이다. 흔히 말하는 기승전결이 바로 그것이다.

넷째, 짧은 수필(한뼘 수필)은 가능한 한 호흡에 쓰고 수정하는 것이 좋다. 글쓰기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쓴 글을 수정하고 또 수정하는 것이다. 헤밍웨이가 <노인과 바다>를 400번 이상 수정해서 발표한 뒤, 그가 한 말은 ‘내가 쓴 모든 초고는 쓰레기다!’라는 말이었다. 굳이 수필이 아니더라도 짧은 글은 가능한 한 호흡에 쓰고 수정하고 또 수정하라는 말은 백번을 강조해도 부족하기만 하다.

다섯째, 독자는 두 가지 통로를 통해 글에 빠져든다. 하나는 내용이고, 다른 하나는 리듬이다. 내용은 시각 비중이 크고 리듬은 청각의 역할이다. 글을 읽는 것 역시 노래 감상과 같다. 우리는 노래를 들을 때 가사와 가락을 동시에 음미한다. 글도 마찬가지다. 가사와 가락의 비중이 다를 뿐이다. 노래는 가락 비중이 크지만, 글은 가사에 더 방점이 찍힌다. 그러니 글 쓰는 사람은 작사가인 동시에 작곡가여야 한다. 가사만 좋고 박자가 안 맞으면 잘 읽히지 않는다. 글에 빠져들지 않는다. 방법은 마음속으로 소리 내어 읽으면서 글을 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