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겅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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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겅퀴
  • 엄광용 작가
  • 승인 2020.04.03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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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시 한편

        엉겅퀴

                                박용래

 

잎새를 따 물고 돌아서잔다

이토록 갈피없이 흔들리는 옷자락

몇 발자국 안에서 그날

엷은 웃음살마저 번져도

그리운 이 지금은 너무 멀리 있다

어쩌면 오직 너 하나만을 위해

기운 피곤이 보랏빛 흥분이 되어

슬리는 저 능선

함부로 폈다

목 놓아 진다

 

<사랑의 아포리즘>

-사랑은 향일성이다

어쩌면 꽃은 서투른 사랑처럼 멋도 모르고 ‘함부로’ 피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아무리 어설픈 사랑도, 이별할 때는 ‘목 놓아’ 지는 엉겅퀴 꽃처럼 처절하다. 서툴고 어설픈 사랑이지만, 그 사랑이 꽃으로 피어날 때는 ‘오직 너만을 위해’ 심혈을 기울인다. 그리고 그 사랑이 식어 헤어질 때면 ‘갈피 없이 흔들리는 옷자락’처럼 온몸으로 몸부림치며 목 놓아 울음 운다.

-꽃이 오직 하늘을 향해 오로지하듯, 사랑은 그대 하나만을 위한 향일성이다. 그래서 그 향일성의 사랑은 무너질 때 한꺼번에 무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