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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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충
  • 이동복 작가
  • 승인 2020.02.1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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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삼국 언어의 같은 뜻 다른 뜻

 

기생충으로 나라 안팎에 큰 잔치가 벌어졌다. 이 판에 숟가락 하나 더 얹어보고 싶다. 수상하신 모든 분에게 축하드리며 더불어 글감을 제공해 주심에 감사드린다.

Parasite라고 발표할 때마다 짜릿한 전율을 느낀다. 그런데 기생충이란 단어는 누가 만들었을까? 한자로 寄生蟲이라고 쓰고, 중국과 일본에서는 寄生虫이라 쓴다. 일본어 독음은 きせいちゅう, 중국어 읽기는 jìshēngchóng이다.

기생충으로는 회충, 요충, 편충, 십이지장충을 들 수 있다. 회충(蛔蟲)은 回虫(かいちゅう), 蛔虫(huíchóng)이다. 우리가 관용어로 쓰는 ‘회가 동하다’는 구미가 당기거나 무엇을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는 뜻이다. 회는 회충을 이르고 ‘동(動)하다‘는 한자 말이다. 요충(蟯蟲)은 蟯虫(ぎょうちゅう)·蛲虫(náochóng)이고, 편충(鞭蟲)은 鞭虫(べんちゅう)·鞭虫(biānchóng)이다. 십이지장충(十二指腸蟲)은 十二指腸虫(じゅうにしちょうちゅう), 十二指肠虫(shíèrzhǐchángchóng)으로 쓰인다. 이처럼 한자를 나라마다 조금씩 달리 쓰기는 하지만, 한자를 알면 독해에는 무리가 없을 듯하다.

문득 같은 콘텐츠산업인 출판산업에서의 세 나라 사정이 궁금해진다. 중국은 바코드 하나 사는데 우리 돈으로 약 5백만 원 든다고 한다. 출판사도 국영이니 정권 입맛에 맞지 않은 콘텐츠는 아예 원고조차 내밀기 어려운 구조이다. 일본은 중국보다 사정은 나은 편이다. 책은 마음대로 낼 수 있되 유통이 문제다. 토오항(東販)과 닛판(日販) 양대 유통회사가 전국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따라서 두 회사 어느 하나를 거치지 않고는 제대로 책을 배본할 수 없는 고충을 일본 출판사 사장에게서 들은 바가 있다. 양대 유통사의 뿌리는 1941년 설립된 「일본출판배급주식회사」에 있다. 설립 목적은 언론통제다. 이를 전후에 맥아더 군정이 우선 둘로 나눴지만, 그 피는 그대로 오늘날까지 그대로 전해져 오고 있다.

우리는 참으로 행복한 나라에 살고 있다. 바코드 무료에 출판사 설립이 자유롭고 유통도 대기업이 없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문득 출판산업의 아들 같은 우리 영화산업이 걱정된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가 상영관의 97%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 위에 CJ그룹, 롯데그룹, 중앙일보그룹이 버티고 있다. 중국의 국영 출판사를 우리나라의 대기업으로, 일본의 양대 유통사를 CGV로 치환하면 딱 들어맞을 것 같다. 이미 일본의 나쁜 점을 우리는 가져왔다. 두 나라의 나쁜 점이 결합하면 우리 영화산업이 성장할 수 있을까.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자. 하지만 큰 나무 아래에는 풀조차 제대로 못 산다. 문화적 다양성과 소수자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도록 깨어 있어야겠다. 다음 회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