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과의 대화
꽁꽁 언 떡을
냉동실에서 꺼낸 딸이
묻는다.
"칼로 자르면 돼?"
"아니. 딸아
꽁꽁 얼어버린 건 칼로는 안돼
따뜻한 온기여야 된단다"
"그런데 전자레인지 속 높은 고주파는
떡을 녹일 수는 있지만
수분을 날려버려서
마르고 딱딱해져서 맛이 없겠지?"
"그렇다고 뜨거운 물 속에 넣어 버린다면
죽이 되어 버릴테니 그것도 안될테고..."
"전자레인지 해동으로
아주 약하고 부드럽게
살살 녹일 수는 있겠구나"
"딸아 떡을 녹일 수 있는 건
온기 밖에는 그 어떤 방법도 없단다"
"누군가를 미워해서 꽁꽁 언 마음도
칼을 들이대면 둘은 끝이 나겠지?"
"뜨거운 물 속에 함께 들어가면
둘의 관계 또한 흩어져 버릴테고"
"전자레인지의 해동기능처럼
미움의 감정을 살살 녹여가면서
언 떡이 녹듯 네게 있는 미움의 감정이
서서히 사라지면
사랑의 감정이 다시 살아나고
네게 있는 언 마음이 녹아내리고
따뜻해진 눈으로 서로를 바라볼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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