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어리 소통에서 이해하는 소통으로
상태바
벙어리 소통에서 이해하는 소통으로
  • 예현숙 박사
  • 승인 2019.10.18 16:2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리상담전문가 예현숙 박사의 부부 이야기

 

젊은 부부들이 상담실에 찾아옵니다. 그들의 호소내용을 들어보면 정말 딱합니다. 서로가 소통을 잘 하고 싶은 염원은 간절하지만 어떻게 할 줄을 몰라서 갈등만 키우는 것을 봅니다. 서로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상대방을 향해서 비난을 쏟아냅니다. 처음부터 비난하는 사이는 아니었습니다. 그들은 연애 시절과 결혼생활 초기에는 꿀 같은 달콤한 시기를 가졌던 사람들입니다. 서로 취미가 비슷하고, 공통점이 많아서 우리 부부는 소통이 잘 되는 사이라고 믿었던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이제는 말이 도저히 통하지 않아서 행복하지 않다고 말하고, 결혼생활이 매우 힘들다고 하소연합니다. 그렇게 서로를 사랑하고, 서로에 대해 기대를 많이 하면서 시작한 결혼생활이 어찌하여 이렇게 갈등하는 관계가 되었을까요?

이렇게 차이점이 많은 부부가 사이좋은 부부가 될 수 있을까요? 저는 물론 ‘예스’라고 대답하겠습니다. 서로가 아주 보완적인 관계로 잘 만났다고 말을 하고 싶습니다. 여기서 스위스 의사로서 신앙과 심리를 통합하여 성공적인 정신상담을 하였던 폴 투르니에(Paul Tournier) 박사의 의견을 들어보겠습니다. 그는 서로를 이해하기 위한 첫째 조건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매우 진부해 보이는 말이지만 소통을 위한 첫걸음을 떼는 중요한 일입니다. 이제껏 서로는 이해하려는 마음조차 갖지 못하고, 서로를 향하여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비난만 했습니다.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배우자에 대하여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니요? 그게 말이 됩니까? 라고 반문하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상대를 이해하는 것이란 이제껏 비난하던 부정적인 태도를 긍정적인 태도로 바꾸는 데서 시작합니다. 일단 비난을 당장 멈추십시오. 소통을 잘하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하고픈 열망이 있으세요? 그렇다면 이 첫 단추를 끼시길 바랍니다. 비난하는 것으로는 그동안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점점 더 관계가 악화하는 것을 경험했다면, 이제는 상대를 대하는 태도를 바꾸어보는 것입니다. 상대방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못하고, 내 말만 하고, 내 생각을 정당화하고, 나 자신을 드러내려고 상대방을 비난하는 벙어리 대화를 하였다면 절대 소통이 일어날 수가 없습니다. 상담실에 찾아온 부부들에게 그동안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했냐고 물어보면 조금 참아보기도 하고, 상대의 이야기를 따라주기도 하는 등 노력을 했지만, 결국 다시 ‘도루묵’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부부들이 나름 노력을 해 보았지만 ‘우린 안 된다’는 생각을 강하게 가지면서 멀어지는 부부들도 꽤 많습니다. 함께 살고 있지만,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하지 못해서 마음이 멀리 떨어진 부부들입니다.

 

많은 사람 흔히 유명하고 교양 있는 가정, 상류층, 지식인들, 경제적으로 부유한 사람들은 어떨까요? 그들은 잘 살아가고 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그들 역시 부부가 깊이 이해를 하지 못한 채 살아가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이들은 다른 면에서는 성공한 사람들일지 모르지만, 생기가 없는 가정생활을 유지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바라는 바가 이뤄지지 않으면 다른 사람을 탓하고, 비난하는 본성이 있습니다. 상대방이 잘못해서 이렇게 되었다고 비난을 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타인 안에 있는 잘못을 찾아내는 것이 훨씬 쉬운 일이지만 나에게 아무런 유익이 없다는 걸 알아야 합니다. 어떤 이는 운이 나빠 이렇게 ‘구제 불능인 여자’를 만나게 되었다고 말하고, 어떤 이는 어쩌다가 이렇게 ‘답답한 남자’를 만나게 되었을까 팔자 탓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결혼은 우리가 날마다 조금씩 만들어 가는 것이기 때문에 “결혼은 하나의 예술작품”이라는 유명한 말을 인용해 드리고 싶습니다. 예술작품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 오늘 우선 할 일은 이해하려는 마음을 갖는 것으로부터 시작합시다.

 

 

   예현숙 상담심리학 박사

- 고양시건강가정지원센타 부부전문상담위원

- 서울기독대 평생교육원 교수

- 융학파 정신분석 연구소 전문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