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동 골목을 따뜻한 노래로 채우는 버스커 '허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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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 골목을 따뜻한 노래로 채우는 버스커 '허웅희'
  • 이영재 기자
  • 승인 2020.01.18 11: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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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동에서 노래하는 버스커 허웅희씨를 만나다

“Love of my life, you hurt me, you broken my heart, now you leave me...”

종로마을N 신년회가 끝난 늦은 밤, 즐겁게 대화를 나누며 집으로 향하던 길, 인사동의 어느 골목길에서 깊이 울리는 목소리와 기타 소리가 들려 왔다. 아름다운 선율에 자연스레 이끌려 음악이 흐르는 곳으로 가 보니, 한 청년이 기타를 메고 찬 바람 속에서 'Love of my life'를 자유롭게 노래하고 있었다. 그렇게 발걸음을 옮기다, 버스커의 노래를 듣기 위해 잠시 걸음을 멈추고 찬 입김을 녹여가며 마이크에 한 음절 한 음절 가사를 읊조리던 청년의 모습을 촬영하였다.

 

 "시민: 잘생기고, 노래도 잘하고, 너무 멋있네." 

강하면서도 섬세한 목소리, 정갈한 기타 선율이 만나 아름다운 음악을 들려주던 허웅희씨 주변으로 종로마을N 기자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었다. 웃음이 끊이지 않고, 몸이 계속 흔들거리며, 가까이서 보고 싶게 만드는 매력을 가진 허웅희 버스커는 그렇게 종로마을N 기자들과 음악으로 소통하기 시작했다. 함께 춤도 추고, 마이크도 잡아주며 정말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의 한 장면을 보는 것처럼 무대가 펼쳐졌다. 

 

"Just gotta get out, just gotta get out outta here" 

노래만 듣고 끝나기에는 아쉬운 마음이 너무도 컸다. 허웅희 버스커의 음악 이야기, 버스커 생활에 대한 이야기, 삶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고 싶었다. 이날 인사동 버스킹이 끝난 후 며칠 뒤, 허웅희 버스커와 다시 연락이 닿아 인터뷰를 하게 되었다. 노래할 때는 그렇게 강렬하던 허웅희 버스커가 막상 인터뷰하려고 하니 그저 수줍음을 많이 타는 한 청년이었다. 질문 하나하나마다 몹시도 고민이 많던, 그의 음악만큼이나 깊이 있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들어볼 수 있었다. 

 

안녕하세요, 종로마을N 독자들에게 자신을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안녕하세요, 저는 인사동에서 노래하는 허웅희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버스커로 활동하신 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버스커로 활동한지는 약 6년에서 7년 되었습니다.

보통 어떤 류의 노래를 부르시나요?

평일과 주말이 다른데요. 평일은 아무래도 행인이 적고, 조용한 분위기라서, 김광석의 노래를 자주하고 있고, 주말에는 락 음악 같은 걸 많이 노래하고 있어요. 윤도현이나, 퀸 같은 음악을 많이 하고 있어요.

좋아하는 아티스트가 누구인가요?

저는 원래 락 기타리스트가 꿈이어서, 좋아하는 아티스트는 이적, 서태지, Extreme, Queen은 고등학교 때부터 좋아했고요. 신중현 선생님, 김수철 선생님, 보통 기타를 연주하시는 싱어송라이터를 많이 좋아해요.

검색해 보니 자작곡도 있으시던데, 원래 싱어송라이터인가요?

고등학교때, 대학가요제에 나가고싶어서 대학을 갔고. 대학내내 자작곡만 만들어서 활동했었어요. 그런데 최근에는 음악하는 친구들이 많아서 거리에서 자작곡을 노래했다간 그걸 녹음해서 자신이 만든 것처럼 편곡해서 도둑질 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기에 앨범을 내기 전까지는 판도라의 상자에 고이고이 숨겨놓고 있네요. (웃음)

음악인의 꿈을 꾸기 시작한 것은 언제부터였나요?

조금 웃긴 이야기지만, 5살 때 김흥국의 '호랑나비'라는 노래를 듣고 멋있다고 생각한 후 지금까지 그 꿈이 이어지고 있네요.

기타 실력이 매우 뛰어난데, 기타를 치신 지는 얼마나 되었나요?

초등학교 때, 아이들한테 따돌림당하고 구타당하고 괴롭힘당했어요. 너무 괴롭고 죽고 싶은 생각도 들었는데, 옛날 아파트에 "쓰레기는 함 안에.."라고 쓰여 있던 곳에 6줄이 아닌, 줄이 2개가 부족한 4줄짜리 기타를 주워서 친구처럼 껴안고 살았어요.

기타를 제대로 접할 때까지는, 기타가 4줄인 줄 알았어요. 대학 들어가기 전까지 꿈이 기타리스트였는데, 우리나라는 기타를 아무리 잘 쳐도 잘 모르고 보컬에게만 눈길을 주기에, 대학 들어가서는 락동락 동아리에 들어가서 바로 기타 치면서 노래를 하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실력이 좋으신데, 오디션에도 도전해 보셨었나요?

모든 오디션이라는 오디션은 다 보았습니다. 슈퍼 xxxx, 위대한 xx, 케이팝 xx, 히든 xx 시즌 1부터 전부요. 그리고 버스킹 중 3사 중에 하나에서 명함을 놓고 갔었는데 나이가 많고 못생겨서 하하하... 안 됐네요. 그리고 버스킹 중 어느 오디션프로 작가가 방송은 고생하니 나가지 말라고 해서 이제는 안 나가려고 해요.

 

 

"관객들이 순수하게 음악을 들어주시면, 그 에너지가 저에게도 전달이 되는 것 같아요." 

버스킹 영상을 보니 봄, 여름, 가을, 겨울 구분 없이 노래를 부르시던데 꾸준히 버스킹을 해 온 이유가 있으신가요?

처음에는 이런 질문에는 꿈이고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는게 좋아서 한 분이라도 들어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했다는 속마음에는 하나도 없는 위선을 부리고 거짓말을 했었는데요. 실은 직장을 다니다가 위아래 따져가며 사회 생활하는게 스트레스였고, 그래서 내가 제일 잘하는게 뭐지? 생각하다가 인사동에서 버스킹을 하는 친구들을 보고 나도 해도 되겠다 생각하고 시작하게 되었어요.

버스킹을 지켜봤는데, 관객 한 명 한 명과 호흡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관객과 호흡하는 비결이 있나요?

관객도 관객 나름이라서 저도 오디오에서 나오는 소리가 아니라 사람이라서, 저와 왠지 코드가 맞고 저의 음악을 진심으로 그저 음악으로 느껴주시는 분들이라면 마음을 열고 호흡하는데요 그게 아니라면 철저하게 문을 닫아요

가령 오디션 프로그램에 너무 익숙해져있는 사람들이 팔짱을 끼고 평가를 하는 분위기에서는 저도 차갑게 반응이 나와요. 하지만 관객은 제3의 연주자여서 관객 쪽에서 즐겨주시고 순수하게 음악을 들어주시면 그 에너지가 저에게도 전달이 되는것 같아요. 제가 호흡할 수 있게 한국의 오디션 닭장 싸움 프로그램에서 벗어나 순수하게 음악 자체를 들어주신다면 하는 희망으로 노래하고 있어요.

대부분 인사동의 이 자리에서 버스킹을 하시는데 이 장소와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된 이유가 있나요?

딱히 그런 이유는 없고요. 하다 보니 다른곳을 가는 모험심이 부족한 데다가 한 곳에서 오래하다 보니 다른 곳에 가는게 귀찮기도 해서요. 번거로운 느낌이랄까요? (웃음)

버스킹을 꾸준히 해 오면서 가장 보람된 순간은 언제인가요?

누군가가 제 노래를 듣고 펑펑 우는걸 본 순간도 기억에 남지만, 자신의 삼촌이 치매인데 어제 노래를 듣고, "거기 그 인사동 청년 보러 또 가자" 라고 제 노래를 기억하며 찾아온 조카와 삼촌이 있었는데, 조카분이 제 손을 잡고 고맙다며 눈물을 보였을 때,  아! 제가 뭔가 대단한 일을 하는 느낌이 들었어요. 뭔가 마음을 치료하는 의사가 된듯한 뭉클한 느낌이 들었어요.

버스킹을 해 오면서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인가요?

아무도 안 들어주고 지나치실 때가 정말 밉고 원망스러웠었는데요. 지금은 자리 경쟁 때문에 너무 힘들어요. 게다가 연주하는 순간 50m 떨어진 위치에서 늦게 와서는 엄청나게 큰 소리로 연주하는 버스커가 있을 때도 엄청 힘들고, 또 다른 버스커 근처에 사람이 많이 모이고, 제 앞에는 아무도 없을 때요. 연예인들이 인기가 없어져서 우울한 느낌을 간접적으로나마 느낄수 있어서 그것도 힘드네요.

허웅희씨에게 버스킹은 어떤 의미인가요?

지금은 목숨 줄을 붙잡고 있는 작은 끈이네요. 원래는 유람선에서도 노래를 했습니다만, 손님분들이 여자 가수를 선호해서 제 일이 없어졌거든요. 그래서 지금 하는 일 중에 마지막 남은 속된 말로 밥줄이네요. 그래서 자리 경쟁이 싫고 바로 옆에서 매너 없이 연주를 하거나 경찰이나, 공무원이 찾아올 때는 정말 사는게 힘든 느낌이 들어요.

2020년에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건강하게 지금처럼만 노래하는 게 목표이고요. 더 큰 목표가 있다면, 작은 앨범을 준비하고 싶어요.

마지막으로 종로마을N 독자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으신가요?

새해가 밝았네요. 모두 뜻하시는 일 다 이루시고 무엇보다 건강하시고요. 시간이 많이 남으실 때, 인사동에 혹시라도 오게 되시면 응원하러 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늘 행복하세요.

 

 

"우리 다 함께 노래합시다, 후회없이 사랑했노라 말해요" 

버스킹 장소를 떠나기 전, 허웅희 버스커님의 목소리로 꼭 듣고 싶은 노래가 있었다. 이적의 '걱정 말아요 그대' 걱정 가득한 하루하루의 삶에 따뜻한 위로를 받고 싶어 신청하였는데, 갑작스러운 요청에도 불구하고 버스커님은 바로 노래를 시작해 주셨다.  

'걱정 말아요 그대'를 부르던 허웅희씨 주변으로 한 두 명씩 모이다가, 누구 하나 미리 계획하지 않았는데도 다 함께 스마트폰 플래시를 켜 인사동 밤거리를 환하게 수놓았다. 처음 보는 버스커와 처음 보는 사람들, 음악으로 하나된 모두의 모습은 아름답다는 말로도 형용할 수 없었다.

각박해져 가는 우리 사회, 나의 것 하나 챙기기에도 힘들어진 이 세상 속, 행인들에게 아름다운 음악을 나누어주던 버스커 허웅희씨의 모습은 깊은 감동과 힐링을 가져다주었다. 그의 노래를 듣고 있다 보면 답답한 마음이 뻥 뚫리며 해소가 되기도 하고, 노랫말을 함께 읊조리며 눈물이 나기도 한다. 인사동 골목을 다시 지나게 된다면 생각날 목소리, 허웅희 버스커가 2020년 더욱 자유롭고 행복하게 노래할 수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