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을 어떻게 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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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부싸움을 어떻게 하시나요?
  • 예현숙 박사
  • 승인 2020.01.16 12: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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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상담전문가 예현숙 박사의 부부이야기

부부가 살면서 안 싸우는 것이 바람직한 걸까요? “우리 부부는 절대 안 싸우고 산다.” 이렇게 자랑하는 분들도 더러 있지요. 부부간에 상대를 향한 신뢰와 사랑이 있고, 생각, 가치관, 희망, 욕구, 습관 이런 것들에서 수용할만한 차이 정도라면 부부싸움이 안 일어날까요? 저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싸우지 않는다고 자랑하는 부부를 들여다보면 한쪽이 자신의 개성을 죽이고 상대방에게 완전히 항복한 경우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전혀 다른 유전인자, 문화, 성격 등을 지닌 별개의 두 인격이 만나서 살아가는 것인 데다 본질에서 인간이 이기적이라 싸우는 것이 자연스럽고, 갈등이 있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러므로 혹시 안 싸우는 것이 우리 부부관계의 목표라든지, 그런 이상을 가지고 있다면 그건 잘못된 신화라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결혼생활에는 문제가 있는 것이 정상이다

결혼생활을 성공적으로 이끈 사람들은 문제가 없어서 성공한 것이 아니고, 문제를 함께 붙들고 끝까지 씨름해서 극복해 낸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결혼생활에서 일어날 수밖에 없는 싸움을 어떻게 해야 행복한 부부관계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요? 사실 이 문제에 대한 답을 모르는 분이 거의 없을 거 같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이 이 간단한 답을 모르고 있어서 부부싸움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은 거 같습니다.

부부싸움을 그르치는 경우와 잘하고 있는 경우를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만약에 부부싸움 후 후련하거나 서로에 대해서 무언가 생각하게 된다면 그 싸움은 둘 사이의 쟁점을 목표로 잘 싸운 것이라고 할 수 있겠죠. 반대로 배우자에 대해서 신뢰심과 애정이 생기기는커녕, 더욱 감정이 상하거나 혐오감이 마구 일어난다면 부부싸움을 아주 잘못한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사람들이 부부의 갈등이 심해지면 목사, 스님, 신부, 또는 의사와 심리상담가를 찾습니다. 심리치료의 핵심에는 모든 것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을 수 있는 친화 관계가 우선입니다. 그래야만 문제가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의 장이 생기는 것입니다. 이것은 자녀가 부모에게 자신의 고민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관계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부부싸움을 할 때 핵심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싸울 때도 표정 관리를 해라

그러나 부부들이 싸울 때 허심탄회하기는커녕 자신들의 주장과 생각만이 옳다고 우기게 되지는 않는지요? 허심탄회한 분위기와는 너무나 멀게 자기중심적이 되어서 얼굴에 험한 인상을 쓰고 있지는 않은지 우리 자신을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여담이지만 싸울 때조차도 표정을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씀드리면 어떻게 생각하시겠습니까? 싸울 때도 여유가 필요하다는 이야기이죠. 웃음기가 사라져 사나워진 배우자의 얼굴은 풀어나가야 할 쟁점을 놓치게 되고, 배우자에게 협력할 마음도 사라져서 엉뚱한 내용으로 싸움이 번지기도 합니다. 아마 다들 이 말에 동의하실 겁니다.

이렇게 되면 자신들이 무슨 싸움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본능적으로 방어하고 공격하는 저열한 부부싸움이 되는 것이죠. 본능적으로 반응을 한다는 것은 상대에 대한 배려 없이 동물적인 감각으로 싸우는 것을 말합니다. 영어로는 리액터(react) 한다고 하지요. 본능적으로 반응하는 싸움은 백번 실패로 결론 날 것입니다. 그 결과는 적어도 며칠 혹은 그 이상을 서로 말도 하지 않고 지내는 험한 상황이 되겠죠. 관계개선은 기대할 수가 없게 됩니다. 그래서 부부싸움을 할 때 칼 융의 언어로 말하면 의식적인(conscious) 싸움을 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배우자에게 지금 하는 말과 행동이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의식하며 싸우는 거, 쟁점만 솔직하게 상대를 배려하면서 노력하는 거, 이게 다 의식적인 싸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