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칼럼] 행복, 지역자치와 민주주의가 만들어가는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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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년칼럼] 행복, 지역자치와 민주주의가 만들어가는 여정
  • 윤호창 기자
  • 승인 2019.12.31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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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잘 보내셨습니까?

2019년 기해년 한해가 저물고, 2020년 갑자년 새해가 밝아오고 있습니다. 내년은 새로운 10년이 시작되는 해이고, 우리의 전통역법에서도 새로운 60년이 시작되는 갑자년입니다. 무엇보다 지난 한해 조금은 더 행복해졌는지 묻고 싶습니다.

UN의 자문기구인 지속가능개발해법네트워크(SDSN)에서는 매년 3월 20일을 ‘세계 행복의 날’로 정하고, 각 나라별로 행복지수와 행복순위를 발표하고 있습니다. 올해 우리나라의 행복순위는 156개국 중에서 54위로 2018년 보다 3단계 올랐더군요. 정확하게는 2017, 18년의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2019년도에 발표하는 것이니, 이번 정부에서 느끼는 행복감의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닐 듯합니다.

행복은 주관적 측면이 강해 단순·명료하게 정의하기는 힘들지만, 고대 그리스인들은 행복을 ‘에우다이모니아(eudaemonia)’라고 표현했습니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들었고, 그리스 청년들이 듣기를 원했던 다이몬(daimon)을 제자의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가 아들 니코마코스에게 좋은 삶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좋은 다이몬이 형성되고 드러나는 것을 행복’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다이몬은 간단하게 말하자면, 각자에게 내재돼 있는 탁월한 능력과 신성 정도로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행복한 사회와 국가는 개인들의 다이몬이 잘 발현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그런 사회와 국가를 말하겠지요. 2012년부터 발표되기 시작한 행복국가 순위에서는 언제나 북유럽 5개국(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아이슬란드)은 10위 안에, 어떤 해에는 7위 안에 모두 들어있더군요. 모두들 아시는 것처럼, 이들 나라는 선진 복지국가이고, 복지국가만이 국민의 행복을 인도할 수 있다는 자연스런 결론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복지국가가 되려면 무엇보다 민주주의와 지역자치가 중요합니다. 민주주의 없는 복지는 위태롭고, 복지 없는 민주주의는 공허해지기 쉽지요. 몇 년전에 종로에서는 주민발의라는 직접민주주의 방식으로 ‘종로행복조례’를 만들려고 했지요. 무엇보다 뜻 깊은 시도와 노력이었습니다. 다소의 우여 곡절이 있었지만, 지금 종로에는 행복조례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보다 많은 주민들의 행복권에 관심을 가지고 중앙정부, 지방정부에 요구하고 함께 만들어가야 할 일로 보입니다.

올 연말은 선거법 개정으로 언론이 요란합니다. 조금만 더 들어가 보면, 민주주의와 복지국가의 출발점은 시민들의 의사가 반영되는 정치제도와 선거제도에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북유럽의 5개국은 모두 비례대표제를 통한 다당제의 합의제 민주주의가 작동하고 있지요. 민심을 정치에 최대한 그대로 반영하고, 민심대로 법과 제도를 만들고 운영하도록 했기에 오늘날의 복지국가를 만들 수 있었다고 봅니다. 정치적 이해관계로 많이 누더기가 되었지만, 그래도 물꼬를 열었으니 열려진 물꼬를 더욱 넓고 크게 만드는 것은 시민들의 몫인 것 같습니다.

가야할 길은 멀지만, 세계 어느 곳보다 역동성이 있는 한반도이기에 내년에 그리고 새롭게 다가올 10년에 더 큰 희망을 걸어봅니다. 다음 10년에는 올림픽 10위가 아니라, 세계 행복 순위에서 10위 안에 들어갈 수 있길 기대해봅니다. 

올 한해 바쁘고 힘든 한국 사회에서 사시느라 수고하셨습니다. 그리고 따뜻한 관심과 참여에 감사드립니다. 내년에는 더욱 희망찬 모습으로 다시 만나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