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회는 대한민국 마을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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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자치회는 대한민국 마을공화국
  • 정숙연 기자
  • 승인 2019.10.08 1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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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녕 평창동 주민자치회장 인터뷰

이 인터뷰는 풀뿌리 지역언론을 추구하는 '종로마을N' 창간기념으로
지난 9월 평창동 주민센터 2층 주민자치회실에서 이루어졌습니다.
최회장님과 간사님
최회장님과 간사님

 

▶주민자치회는 무엇입니까?

주민자치회는 주민이 주인이 되어 마을의 문제를 함께 논의하고 주민이라면 누구라도 직접 참여해서 일정 부분 권한과 책임을 갖고 지역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복지와 자치의 출발이자 중심이 되는 주민이 처음 만나는 대한민국 마을 공화국입니다.

주민자치회는 자발적인 최소의 작은 정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가장 작은 의사 결정권이 여기에서 시작됩니다. 이전의 주민자치위원회의 노하우와 도움도 필요하고요. 자치위원들의 목소리를 경청하며 스스로 낮아지고 낮아져 들어보고자 합니다.

현재 50명의 구성원 중에서 20명은 기존 주민자치위원 출신이고 자발적 참여 인원은 30명입니다. 전체적으로 개방해서 자발적인 인원으로 구성하는 것이 어떨까 하는 생각입니다.

주민자치회는 자발적인 최소의 작은 정부입니다

▶주민자치회에 참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9월에 보충 교육이 있는데 주민자치위원 신청서를 작성하시고 6시간의 보충 교육을 이수하면 자격이 주어집니다. 신청자가 많으면 선거인단 입회하에 추첨으로 선출합니다. 세칙에 따라 4번 이상 불출석하면 아웃이 됩니다.

▶어떻게 주민자치 회장에 지원하시게 되셨나요?

저는 1969년부터 ‘행복사회 지역교육’이라고 건강한 가정 만들기, 활기찬 지역 사회 만들기, 행복한 학교 만들기라는 세 가지 신조로 운동을 해왔습니다. 이 운동을 마을에 들여와서 정착시키고 싶어 자치회장에 지원하게 되었어요.

▶평창동의 인구가 얼마나 됩니까?

1만 9천 명입니다. 노령인구가 많아요. 도시가스도 위험하다고 반대해서 안 하는 사람이 있을 정도입니다. 혁명적일 정도의 변화가 필요한 동네입니다.

 

주민자치회 게시판
주민자치회 게시판

▶주민자치회를 운영하며 가장 어려운 것은 무엇인가요?

서로 다른 생각 서로 다른 가치관을 융합해 나가는 것이 가장 어려운 부분입니다. 관 주도냐 민 주도냐는 말에 거부감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똑같은 말을 국회의원이 했을 때는 별문제가 없었습니다. 주민 스스로 어떻게 화합하는가가 제 과제인 것 같습니다.

어느 의원의 부인상에 갔는데 화환을 보내지 않았다고, 전체 공지를 하지 않았다고, 비난을 받았습니다. 주민자치회 일동이라는 이름은 함부로 사용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조례부터 뜯어고칠 것이 한두 군데가 아닙니다. 구 의원들이 고문으로 와 있습니다. 의회는 입법기관인데 입법자가 여기 들어오면 되나요? 저는 여기부터 잘못이 있다고 생각해요. 또한, 마을 자치센터에서 지원관을 보내주는데, 그들이 지원이 아니라 고문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간사제도에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간사는 주민 중에서 뽑게 되어 있습니다. 간사님의 능력은 전천후를 요구하고 있고요. 현 간사님의 나이가 70세이신데 이를 문제 삼는 분들도 계십니다.

저는 나이, 학력에서 모두 자유로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주민 중에서 뽑게 하고는 뛰어난 행정가를 요구합니다. 그렇다면 자유롭게 뽑을 수 있게 개방하고 임금을 현실화하든지 해야 한다고 봅니다. 또 국회의원이나 구 의원은 활동비를 받고 풀뿌리 활동가는 무상 노동력을 제공하게 하고 있습니다. 봉사로 하는 것은 저까지만 하고 이후는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간사 문제 등 조례의 불합리성도 고칠 것이 많습니다.

불합리한 조례 고쳐야합니다

▶지난 1년 동안의 성과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5월 7일에 첫 정기회의를 시작해서 이제 겨우 5개월이 지났습니다. 7월에 주민총회를 잘 치른 것이 성과라면 성과입니다. 동원된 인원 없이 잘 이루어졌습니다. 금난새 음악회까지 거의 모두가 조용하게 끝까지 자리를 지키며 우리의 손으로 자발적으로 총회를 치렀다는 것이 자랑스럽습니다. 주민 없는 주민총회가 되지 않도록 노력하고자 합니다.

여기 제 명함이 있는데요. 제 명함 뒤에는 ‘혁명하려면 웃고 즐기며 하라’는 D. H. 로렌스의 ‘제대로 된 혁명’이라는 시가 인용되어 있습니다. 많이 웃고 춤추고 노래하며 때로는 토론의 열기로 진지하며 우리가 꿈꾸는 세상을 향해 먼저 나 자신을 변호하며 작고 서툰 발걸음을 마을로 옮겨보는 것, 이 자체가 혁명의 출발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려움 속에서도 가장 재밌었던 일은 무엇인가요?

그런 분들이 계셔요. 왠지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 지난해에 통장을 하셨던 분인데 뭔가 회의에 참여해서 발언하고 의사 결정하는 정해진 일정을 소화하면서 내가 뭔가를 하고 있다는 주인의식에 즐거워하십니다. 투명하고 명료한 운영 예산 집행과 의사 결정의 자율성을 말하고 있습니다. ‘함께 성장하자 는 말이 좋았어요’라고도 말합니다.

 

주민자치센터 작은도서관
주민자치센터 작은도서관

▶남은 임기 동안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꿈은 작게, 시스템을 잘 구축해 보자. 그다음에 누군가 일을 하면 ‘아휴 겁나’ 가 아니라 ‘이것이 해볼 만한 일이구나, 함께 해보자’라고 생각하게 하고 싶어요. 그러고도 여력이 있다면 제가 꿈꾸던 것, 저의 기존 교육의 노하우를 하나씩 접목해 보고 싶습니다. 지금은 모든 것이 조심스럽습니다. 그래도 정성을 다해 보는 것, 단 한 사람이라도 누군가가 제 말에 귀 기울여주실 수 있다면 서로가 서로에게 조금씩 합치되어 가는 것, 성장이라는 것도 한 번에 확 이런 건 아닌 것 같고, 서로 손잡는 것, 서로 꿈꿔보는 것으로 생각해요.

끊임없이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주민자치 회장으로서 가장 중요시되는 요소는 무엇일까요?

제가 꿈꾸던 것과 현실이 달라서 뭘 말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뭔가를 바꿔야만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정말로 마을 일을 의사 결정권을 가지고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그러려면 마을 자치센터가 현재 위탁을 받아서 운영하는 체제를 벗어나야 한다고 봅니다. 주민자치회가 형성되기 전이라면 민을 대표해서 마을자치센터가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지금 주민자치회가 꾸려진 이후에도 마을자치센터가 민을 대표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구 의원들께서도 열심히 오시는데 무엇을 해 주시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구 의원도 고문이라는 훈장은 떼어내고, 다른 주민들과 같이 교육받고 주민의 한 사람이라는 자격으로서 동등한 입장에서 참여했으면 합니다. 이 부분도 조례가 가진 문제 중의 하나입니다.

주민자치가 왜 출발했을까, 관이 못해서? 주민들에게 무엇을 줄 수 있을까 하는 질문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관이 왜 들어와 있냐는 것이죠.

주민들도 훈련이 되어 있지 않고 공무원들도 자잘하게 관여되어 있어서 갈 길이 멉니다. 그렇지만 안 하는 것보다는 낫지 않나, 천천히 가자, 이런 생각입니다.

끊임없이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그래야 발전이 있다고 생각해요.

평창동은 지금 웃고 즐기며 사람살이에 온기를 불어넣으며 행복하고자 합니다.

평창동은 지금 서로가 서로의 곁이 되려 합니다.

▶지금까지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창동 주민자치회의 무궁한 발전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