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흔히 일어날 수 있는 부부싸움을 온라인을 통해서 보았다. 자녀가 올린 글이다. 자기 부모가 명절과 관련하여 싸우는 문제에 대하여 의견을 묻는 글을 올렸다. 사람들은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대로 답글을 달았다. 어떤 기준이 없다. 여성들은 대체로 아내 편을 드는 쪽이다. 아내 편을 드는 사람들은 남편이 나쁜 사람이라고 말한다.
명절에 시가에 내려가는 게 지긋지긋해요
시골에 일 년에 두 차례 명절 때만 아내는 남편을 따라 내려간다. 그런 생활을 30년 정도 했다. 시골집은 평수가 넓지 않은 데다가 화장실과 이불이 도시에 사는 며느리에게는 더럽고, 냄새나고 불편하다. 그 시골집에는 남편의 다른 형제들과 자녀들까지 20여 명이 모이는 데다가 동서들끼리도 그렇게 마음이 썩 잘 맞지 않는 것 같다.
이 글을 올린 자녀의 엄마는 이제 명절에 시가에 내려가는 일이 너무 지긋지긋한 일이 된 것이다. 그래서 안 가고 싶어 한다. 심지어 시어머니가 싸주시는 농산물조차 싫으니 처음 혼자 내려가는 남편에게 농산물을 받아오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다. 그러나 남편은 자기 엄마가 싸준 감자, 고구마, 참기름 같은 농산물을 잔뜩 가지고 왔다. 아내는 시어머니가 싸준 참기름을 쏟아버렸고, 그것을 본 남편은 참을 수 없어 부부는 또 싸웠다.
융통성 없는 남편의 고집이 싫어요
명절 휴일에 다른 사람들은 국내로, 해외로 놀러 가기도 잘하건만, 그런 생각은 하지도 않은 채, 명절이면 그 불편한 집에 꼭 자기를 대동하고 내려가는 남편이 아내는 미웠을 것이다. 남편은 일 년에 고작 두 번 명절에만 찾아가는 것인데, 그것을 불만 삼는 아내가 원망스럽다. 아내는 타인과 자기 집을 비교하면서 불만이 일어났다. 우리가 타인과 나를 전혀 비교하지 않고 살 수는 없지만, 불만이 일어나는 상황은 차단해야 한다. 불만과 불평은 점점 더 큰 불만과 불평을 낳기 때문이다. 자기중심적으로 되어가고, 마음에 평안과 감사를 앗아간다. 참기름을 쏟아버린 것은 시어머니가 미웠다기보다 융통성이 없어 보이는 남편의 고집이 싫었을 것이다.
자기감정에 빠지면 상대를 이해하지 못하는 상태에 이른다
아내의 입장과 남편의 입장은 팽팽하다. 하지만 두 사람 모두 자기감정에만 충실했다. 아내는 남편의 감정, 시어머니의 감정 따윈 고려 대상이 아니다. 그녀는 명절에 시가에 내려가는 일을 30년간 봉사했으니 이제 남편과 시어머니는 고려 대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부부들이 갈등 관계에 있을 때 이런 식으로 자기감정에만 충실해서 좀처럼 해결할 수 없는 꽉 막힌 교착상태를 만든다. 자기감정에 빠져 있으면 상대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게 된다. 나만 옳게 되고, 상대는 그른 사람이 된다. 상대가 틀린 거 같아 보일 때가 많다. 그렇지만 상대를 비난하는 마음을 절제하게 되면, 상대를 이해하는 마음이 찾아오게 된다.
자기감정에 쉽게 갇혀 버리는 조급한 현대인
내 감정에 빠지는 경우, 상대에 대한 원망이 커지고 불행하다는 생각에 갇히기 쉽다. 옆에서 보면 이해 못 할 일도 해결 못 할 일도 아니다. 부정적인 기류에 자신을 맡겨서는 올바른 해결책을 얻을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경우 생산적으로 싸움을 하지 못한다. 서로 달라서 힘들긴 해도 나는 옳고, 너는 틀렸다는 기 싸움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 서로 윈윈게임을 하듯이 배우자를 대하는 일이 필요하다. 현대인은 대체로 조급하다. 조급한 사람일수록 자기감정 안에 갇히면서 스스로 불행을 자초하는 경향이 있다.
비난 대신 기다리고, 견디면 긍정적인 에너지가 찾아오게 마련이지만 이 단계에 이르지 못한다. 이 긍정적인 에너지는 우리 안의 옳은 방향을 찾아가는 내면의 정신적 요소로부터 나온다. 누구나 이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훈련이 필요하다. 내면은 나만 옳은 게 아니라, 상대의 감정도 볼 수 있도록 이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