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밤(月夜)
금파운침벽(琴罷雲侵壁)/거문고 소리 그치자 구름 그림자 벽에 어리고
시성월만헌(詩成月滿軒)/시 한 수 읊고 나니 달이 처마 끝에 걸려있네
몽회천이서(夢回天已曙)/꿈에서 깨어나니 하늘엔 이미 새벽 기운이 돌고
창외중금훤(窓外衆禽喧)/창밖에서는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 요란하다
*새소리로 밝아오는 신선한 새벽
조선 영조 때의 학자로 시문에 능하였던 임서규(林瑞珪)가 지은 절창입니다. 이 시는 1구의 ‘거문고 소리’로 밤이 깊어가고, 4구의 ‘새들의 지저귀는 소리’로 새날이 밝아오는 것을 함축적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 사이 2구의 ‘달’과 3구의 ‘하늘’이, 그리고 ‘시’와 ‘꿈’이 조우하면서 시공(時空)이 어우러지는 묘미를 자아내고 있습니다.
한여름의 밤은 후텁지근하지만, 거문고 소리로 깊어가는 밤은 운치가 있습니다. 달밤에 시를 짓다 잠이 들고, 꿈속을 노닐다 깨어납니다. 그리고 새소리가 새벽을 여는 창밖의 풍경은 신선하기 그지없습니다. 어느 새 그 시선함이 습기 많은 장마철의 찌는 더위에 지친 영혼까지 식혀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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