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지는 내를 건너며(落花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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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이 지는 내를 건너며(落花渡)
  • 曠坡 先生
  • 승인 2024.06.13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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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이 지는 내를 건너며(落花渡)

 

작숙화개상하가(昨宿花開上下家)/어제는 꽃이 위 아래로 핀 집에서 자고

금조래도락화파(今朝來渡落花波)/오늘 아침엔 꽃이 지는 냇물을 건너네

인생정사춘래거(人生正似春來去)/인생이란 바로 오고 가는 봄과 같은 것

재견개화우낙화(纔見開花又落花)/겨우 피는 꽃 본 후 또 지는 꽃을 보네

 

 

*가는 봄처럼 안타까운 인생

조선 시대의 여류시인 신녀(神女)의 시입니다. 생몰 연대는 알 수 없으며, ‘신녀’라는 이름도 어쩌면 무당이나 제사와 관련한 직업에서 따다 붙인 것일지도 모릅니다.

어제 핀 꽃을 보고 잠들었는데, 오늘 아침 꽃잎이 떨어지는 시내를 건너며 인생무상을 읊은 시입니다. 인생은 하룻밤 사이에 피고 지는 꽃처럼 허무하다는 것을, 이 시인은 매우 안타까워하고 있습니다.

‘낙화도(落花渡)’는 어느 지역의 나루 이름입니다. 나루를 건너며 여류 시인은 문득 발아래 흐르는 물과 그 위에 하늘거리며 떠내려가는 꽃잎을 보고 시 한 수를 읊었을 것입니다.

여인의 꽃무늬 치마가 바람에 날리고, 그 아래 물 위에 떠서 흘러가는 꽃잎이 대칭을 이루는 장면이 상상됩니다. 꽃잎이 여인이고 여인이 꽃잎이 되는, 한데 어우러진 영상이 물이 되어 흘러내립니다. 여류 시인은 그래서 물 위에 떠서 흘러가는 꽃잎을 의인화하여 자신의 서러운 인생을 읊은 것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