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山寺)
사재백운중(寺在白雲中)/절은 흰 구름 속에 묻혀 있고
백운승불소(白雲僧不掃)/스님은 흰 구름 쓸어내지 않네
객래문시개(客來門始開)/객이 와서 문을 열고 나가보니
만학송화로(萬壑松花老)/골짜기엔 송홧가루 떨어져 있네
*신선 같은 삶
조선 명종 때의 성리학자 이달(李達)의 시입니다.
산이 높아 늘 흰 구름이 중턱에 걸려 있는데, 그 골짜기에 작은 암자가 하나 들어앉아 있습니다. 흰 구름 때문에 눈앞의 풍경이 안 보여도 스님은 개의치 않습니다. 어느 누구 찾는 이조차 없으니 절문은 닫혀 있기 일쑤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문득 객이 찾아와 스님이 절문을 열고 나가니, 그 사이 송홧가루가 떨어져 골짜기를 노랗게 뒤덮고 있습니다. 흰 구름에 가려 겨울이 가는지 봄이 오는지 모르다가, 문득 절문 밖에 나오니 어느새 봄이 지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세월이 흐르는 것을 느끼지 못하고 사는 스님이야말로 신선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선시에 가까운 자유로운 형식의 한시입니다. 이 시를 읽으면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신선이 되고 싶은 마음 굴뚝같습니다.
Tag
##한시 #산사 #봄 #구름
저작권자 © 종로마을 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