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히 읊다(偶吟)
화개작야우(花開昨夜雨)/엊저녁 온 비에 꽃이 피어나더니
화락금조풍(花落今朝風)/오늘 아침 바람에 꽃이 떨어졌네
가련일춘사(可憐一春事)/하루 같은 봄이 슬프기만 하구나
왕래풍우중(往來風雨中)/바람과 비 사이에서 오고 가다니
*하룻밤 사이의 일
조선 중기의 성리학자인 송한필(宋翰弼)의 시입니다.
봄 날씨란 변덕이 심하여 저녁에 비 오고 아침에 바람이 붑니다. 지난 밤 비 소식에 꽃이 피어 반가웠는데 아침에 일어나 보니 바람에 꽃잎이 지는 것을 바라보며, 시인은 인생의 허무를 느낍니다. 그래서 우연히 읊어본 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치 봄날은 짧은 인생과도 같습니다. 아름다운 꽃의 피고 짐이 하룻밤의 일처럼 너무도 짧으니 더욱 안타깝습니다.
봄꽃은 잎보다 먼저 피고, 잎이 나기 시작하면 곧바로 집니다. 얼마나 하늘이 보고 싶었으면 잎도 피어나기 전에 꽃이 먼저 얼굴을 내미는 것일까요? 그러나 봄꽃의 열정은 나무 이파리가 다 나기도 전에 속절없이 꺾이고 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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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 #광파 #봄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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