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아주는’ 일이 필요해!
상태바
‘안아주는’ 일이 필요해!
  • 예현숙 박사
  • 승인 2023.05.23 10: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리치료사 예현숙 박사

 

우리는 얼마나 우리의 사랑하는 사람을 안아주는가? 안아주는 일(holding)은 아기에게만 필요한 게 아니다. 안아주는 일은 아기 때부터 평생 살아가는 동안 내내 필요한 일이다. 자녀가 다 컸다고 해서, 어른이라고 해서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안아주기는 자식의 모든 걸 넉넉히 받아주는 엄마의 마음이다.

 

정서적인 안아주기

1년 미만의 아기일 때 엄마와 아기는 마치 한 몸이 된 것처럼 지낸다. 이 시기에 아기는 엄마에게 어떤 것보다 우선적인 대상으로 대우받는다. 아이가 점점 자라게 되면 자연스럽게 덜 안아주게 된다. 신체적인 안아주기는 줄어들더라도, 칭찬하고 감탄하면서 아이가 어깨가 으쓱해질 정도의 정서적인 안아주기는 계속 필요하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을 품에 안을 때 그리고 안길 때 따듯함과 행복감을 경험한다. 이러한 긍정적인 정서가 각박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 이 경험을 가정 안에서 자주 할수록 사람은 신나고 주체적으로 자기 삶을 살아갈 수 있게 된다. 경쟁사회에서 불안 속에 지내느라 지친 현대인들은 자신의 문제 하나 풀지 못하고 끙끙댄다. 불안을 건강하지 않은 방법인 술로, 외도로 풀려고 시도하기도 한다.

 

생기발랄한 사람

엄마는 갓난아기를 어떻게 안아주는가? 아기를 품에 안고 뽀뽀하고 씻기고 먹이고 아기와 눈을 맞추고 말을 걸고, 아기의 모든 몸짓에 즉각 반응하는 등 아기와 전적으로 소통한다. 인간은 다른 동물과 달리 태어나면 전적으로 엄마에게 의존하며 지낸다. 아기 때부터 안아주는 일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이유이다. 이렇게 엄마의 사랑을 먹고 자라는 아기는 자기가 대단한 줄 착각할 정도가 된다. 이런 걸 정신분석학에서는 ‘과대 자기’ 혹은 ‘전능 환상’ 경험이라고 부른다. 이런 경험을 한 아기는 생기발랄한 사람으로 성장하게 된다.

어떤 엄마들은 아이가 자라서 말을 하기 시작하면, 자신의 욕심을 투영하기 시작한다. 잘 놀도록 내버려 두는 대신 간섭하고, 종종 교육하려고 한다. 엄마는 자기 뜻대로 안 되면, 짜증과 화를 쉽게 내고 자녀를 함부로 대한다. 이 모습은 안아주는 것과 거리가 너무 멀다. 부모가 신체적으로 정서적으로 잘 안아주지 않은 아이들은 엄마의 뜻과 달리, 학교에서나 성인이 되어서도 자기주장을 잘하지 못하거나, 다른 사람을 사귀는 일을 어려워할 수 있다. 운동 또한 잘하지 못할 수 있다. 적어도 초등학교 때까지 아이들이 잘 뛰어노는 것이 중요하다. 왜냐하면 잘 노는 아이는 자율적이고 창의적일 수 있지만, 엄마가 시키는 대로 살아야 하는 아이는 스스로 무엇을 결정하거나 행동하기를 배울 수 없다.

 

안아주기는 상대의 기를 살려주는 적극적인 사랑 방식

그런 의미에서 이 학원, 저 학원 뺑뺑 돌리는 일은 점수를 조금 더 얻을지는 몰라도, 자녀 고유의 삶을 살거나 창조적인 인물이 되는 것을 막는 일이다. 어린이는 잘 뛰어놀도록 해주는 것이 잘 안아주는 일이다. 부부는 어떻게 안아주면 좋을까? 차이점을 먼저 인정하는 일이 우선 필요하다. 배우자의 말에 귀 기울이고, 맞장구를 쳐 주길 바란다. 이는 배우자를 가슴으로 안아주는 일이며, 안아주기는 상대의 기를 살려주는 적극적인 사랑 방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