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의 생각(春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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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날의 생각(春思)
  • 曠坡 先生
  • 승인 2023.05.23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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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봄날의 생각(春思)

초색청청류색황(草色靑靑柳色黃)/풀빛 푸르고 버드나무 이파리 노란데

도화역란이화향(桃花歷亂李花香)/복사꽃 흐드러지고 오얏꽃 향기 그윽

동풍불위취수거(東風不爲吹愁去)/동풍도 이내 수심을 씻어내지 못하고

춘일편능야한장(春日偏能惹恨長)/봄날엔 한만 더 치우쳐 길게 느껴지네

 

 

*꽃피는 봄날의 시름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 가지(賈至)의 오언절구입니다. 대부분의 오언절구가 그렇듯이 이 시도 기와 승은 서경(敍景)이고, 전과 결은 서정(敍情)으로 되어 있습니다. 서경은 자연 경관을 읊은 것이고, 서정은 사람의 마음 풍경을 토로한 것입니다.

이 오언절구의 백미는 기구의 ‘초색’과 ‘류색'의 ‘색(色)’, 승구의 ‘도화’와 ‘이화’의 ‘화(花)’가 겹치면서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데 있습니다.

누구에게나 봄은 시름이 쌓이는 계절이다. 산과 들은 초록으로 변하고 나무에선 꽃들이 흐드러지게 피는데, 사람의 심사는 그 반대로 울적하기만 합니다. 화려한 자연 앞에 선 초라한 인간의 모습이 부끄럽기 때문에 일어나는 심사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