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그리움에 붙여(春望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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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그리움에 붙여(春望詞)
  • 曠坡 先生
  • 승인 2023.05.04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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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이 스며들 때 읽는 한시 한 수

               봄, 그리움에 붙여(春望詞)

 

화개부동상(花開不同賞)/꽃이 피어도 함께 감상할 수 없으며

화락부동비(花落不同悲)/꽃이 져도 더불어 슬퍼하지 못하니

욕문상사처(欲問相思處)/멀리 있는 임에게 이 마음 묻고 싶네

화개화락시(花開花落時)/꽃이 한창 피고 지는 때에 즈음하여

 

 

*꽃은 피고 지는데

중국 당나라 때의 여류시인 설도(薛濤)의 시입니다. 설도는 기녀인데, 시문에 능하여 당시 명성이 드높은 문사들과 교유하며 시를 읊고 학문을 논하였습니다.

봄에 간절히 바라는 여인의 마음과 먼 곳에 가 있는 사랑하는 이에 대한 그리움으로 가득찬 시입니다. 봄에 꽃은 피고 지는데 같이 곁에 있어줄 연인이 없으니, 그런 마음의 허허로움에 대해 멀리 있는 연인에게 하소연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짧은 오언절구지만, 언어의 갈고 닦음에 있어서 세련미와 압축미가 느껴집니다. ‘화개’, ‘화락’, ‘부동’ 등의 시어가 다음 구로 넘어갈 때마다 반복적으로 이어지면서 절묘한 가락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2구의 마지막 자 ‘비’와 4구의 마지막자 ‘시’의 압운도 가히 압권입니다.

한 마디로 이 시는 ‘지금 내 곁에 함께 할 임이 없는데 꽃이 피고 진들 무슨 의미가 있는가?’를 멀리 가 있는 연인에게 묻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