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속 이야기 나누는 게 잘 안 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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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속 이야기 나누는 게 잘 안 되어요!
  • 예현숙 박사
  • 승인 2023.04.27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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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치료사 예현숙 박사

 

어떤 사람은 이전에 경험한 것들을 아주 자연스럽게 잘 이야기한다. 이들은 대인관계도 편안하고 자연스럽다. 그런가 하면 자기의 경험담이나 어릴 적 경험에 대해 일절 말을 아끼는 사람이 있다. 이런 사람은 대인관계가 익숙해지기 전까지 수줍음을 많이 타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을 부담스러워한다. 어쩌면 말을 아끼는 것이 아니라, 말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아서 일수도 있고, 말하고 싶어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라서일 수도 있다. 

 

엄마의 좋은 품은 오감을 발달시킨다

사람은 자랄 때 대부분 엄마의 품 안에서 사랑과 관심을 받으며 성장한다. 이때 발달하는 것이 오감이다. 오감에는 청각, 미각, 시각, 후각, 촉각이 있다. 엄마로부터 적절한 사랑을 받으며 자라온 아기는 이런 오감이 발달한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지 엄마가 아기에게 좋은 품을 제공하지 못한 경우에, 아기는 오감이 발달하지 못하고, 둔한 아이로 성장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엄마의 가슴에 안기어 젖을 먹고 피부접촉을 많이 경험한 아기는 미각과 후각이 발달한다. 이런 사람들은 기억력이 좋고 음식에 대한 심미안을 갖게 된다고 알려져 있다.

프랑스 아동 정신분석가로 유명한 돌토는 감각과 관련이 있는 아기의 피부, 코, 입, 귀, 눈은 부모와 각종 정보를 교환하는 통로가 되고, 이를 통해서 사람들 사이의 정서 교류와 의사소통을 나누는 기본을 배우게 된다고 말했다.

 

마음을 나누지 않으면 그 사람을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엄마가 일해야 하거나 오랜 기간 아플 때, 또는 엄마도 돌봄을 받아야 하지만 돌봄을 받지 못하는 환경에 있을 때, 아기에게 관심을 충분히 못 기울일 수 있다. 이런 환경에서 자극을 덜 받은 아기는 말도 더디게 배울뿐더러, 운동신경도 느리게 발달한다. 성인이 된 후, 대인관계에서 자기의 생각이나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서툴게 된다. 만약 나의 배우자가 이런 사람이라면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저 사람 속에는 도대체 무엇이 들어있는지 알 수가 없어요.” 가까운 사람의 속을 도통 알 수 없어서 답답해하는 하소연을 종종 들을 수 있다. 생각과 감정을 나누지 않으니 그 사람의 마음을 알 길이 없는 것은 아주 당연하다.

 

외로움을 잘 타는 이유는?

마음을 나누지 못해도 정치 이야기, 아들딸 이야기, 옆집 사는 이야기는 나눈다. 아무리 다른 이야길 많이 나눈다 해도 정작 속생각을 나누지 않는다면 둘 다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 이런 잡다한 내용 속에 속생각과 감정이 언뜻언뜻 나타나기는 하지만, 그 이상 깊이 있는 이야기는 나누지 못하거나 나누지 않는다. 정작 자신의 속 이야기를 나누지 못하는 사람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이다. 답답함은 외로움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다. 외로운 사람은 분위기에 약하다. 분위기 따라 이 친구, 저 친구 연락해서 만나지만, 외로움이 해소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마음을 나누지 못하기 때문이다. 나는 왜 이렇게 내 감정과 생각을 나누는 게 어색하고 잘 안 되는 걸까? 이렇게 스스로 자신의 부자연스러움을 느끼는 사람은 희망적이다. 변화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럴 필요조차도 전혀 못 느끼며 사는 사람도 있다. 그게 나의 모습이고 성격이라고 생각하고, 불편하다고 여기지 않는다. 외로움은 그의 몫이고, 옆의 사람도 덩달아 외로워진다.

 

부부는 부족함을 채우며 함께 성장하는 관계

그럴 때 같이 사는 사람의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불평하고 우울해하는 대신, 힘을 내어 내 배우자의 어린 시절의 부족했던 엄마 품을 일상 속에서 제공하는 역할을 간간이 해 준다면 어떨까? 아내가 그렇다면 남편이 품어주고, 남편이 그렇다면 아내가 그 역할을 해 주는 것이다. 남편도 엄마 품이 되어 줄 수 있다. 따듯한 말, 따듯한 응대, 내 배우자의 기대를 채워주는 노력 말이다. 그러면서 속 이야기를 진솔하게 조금씩 교환하는 것이다. 쉽지 않고, 인내가 필요하다. 부부는 부족함을 채워줄 때 함께 성장을 경험하고 행복을 맛보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