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구(絶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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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구(絶句)
  • 曠坡 先生
  • 승인 2023.04.20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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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구(絶句)

 

지일강산려(遲日江山麗)/날은 더디게 저물고 강과 산은 화려하다

춘풍화초향(春風花草香)/봄바람에 꽃과 풀의 그윽한 향기 번진다

이융비연자(泥融飛燕子)/진흙이 녹으니 집 지으려는 제비가 날고

사난수원앙(沙暖睡鴛鴦)/모래가 따뜻하니 원앙이 거기서 졸고 있네

 

 

*더디게 오는 봄날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 두보(杜甫)의 시입니다.

이 시는 봄날의 아름다운 정경을 그림 그리듯 눈으로 훑고 있습니다.

봄날은 해가 길어 더디게 가고, 새싹이 움터 진초록으로 물든 강산은 서녘으로 기우는 햇살을 받아 그 빛이 더욱 찬연합니다. 연록에서부터 진초록까지 자연의 색채는, 강산을 초록의 파노라마처럼 펼쳐놓고 있습니다. 거기에 봄바람이 실어오는 꽃향기와 풋풋한 풀냄새는 싱그럽기 그지없습니다.

겨우내 얼어붙었던 진흙이 녹으니 제비들이 부리에 진흙 덩어리를 물고 창공을 날아오릅니다. 햇볕이 따사롭게 내려앉은 강가의 모래밭에서는 원앙이 졸고 있습니다. 봄날의 아름다운 정경이 창공을 나는 제비와 모래밭에 앉은 원앙으로 하여 제대로 표현되고 있습니다. 창공을 가르는 제비의 운동성과 봄날의 정적 속에 졸고 있는 원앙의 부동적인 자세가 대비를 이루면서, 봄날이 저물어가는 정경이 눈앞에 더욱 삼삼하게 떠오릅니다.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길목, 그리나 꽃샘추위 때문에 봄은 더디게 오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봄날은 길고, 지루하고, 원앙조차 졸게 만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