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따듯하게 해주는 한시 한 수
산중에서(山中)
수월출산거(隨月出山去)/달을 따라 산을 나섰다가
심운상반귀(尋雲相伴歸)/구름과 더불어 돌아왔는데
춘신화상로(春晨花上露)/봄날 새벽 꽃에 맺힌 이슬
방기착인의(芳氣著人衣)/그 향기 옷자락에 묻어난다

*새벽의 봄꽃 향기
중국 송나라 때 왕안석(王安石)의 시입니다.
깊은 산 속에서 달을 구경하다 집으로 돌아오니, 어느 새 산중턱에 구름이 얹혀 있습니다. 봄꽃은 밤새 피어나 새벽이슬을 잔뜩 머금었는데, 바짓가랑이를 적시며 산 속을 헤매다 보니 그 향기가 옷자락에까지 묻어온 것입니다.
단순한 시상인데도 범상치 않은 여운이 느껴집니다. 새벽이슬을 머금은 꽃에서는 특히 그윽한 향기가 납니다. 낮보다는 밤을 새고 난 새벽에 꽃향기가 더욱 짙게 풍겨옵니다. 밤에 듣는 물소리가 잠을 깨우듯이, 새벽에 맡은 꽃향기가 정신을 맑게 해줍니다.
봄꽃 향기에 흠뻑 취해보고 싶은 요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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