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여유를 주는 한시 한 수
여산진면목(廬山眞面目)
횡간성령측성봉(橫看成嶺側成峰)/가로로 보면 산줄기 옆으로 보면 봉우리
원근고저각부동(遠近高低各不同)/멀고 가깝고 높고 낮음이 제각기 다르니
불식여산진면목(不識廬山眞面目)/진정으로 알 수 없노라 여산의 참모습을
지연신재차산중(只緣身在此山中)/그것은 이 몸이 산중에 있기 때문이리라

*마음의 여유를 통한 깨달음
당송팔대가의 한 사람으로 송나라 제1의 시인으로 손꼽히는 소동파의 시 한 수 올립니다. 이 시는 소동파가 유배지로 가던 도중 여산에 들러 읊은 것입니다. 내용은 아주 쉽지만, 음미할수록 오묘한 진리가 들어있는 시입니다. 일종의 철리시(哲理詩)라고 할 수 있는데, '철리시'란 개인적인 단순한 경험을 통하여 하나의 보편적 진리를 추출하는 철학적인 시를 말합니다.
산속에 들어가 있으면 부분적인 산의 모습은 볼 수 있지만 산 전체의 모습을 보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산을 제대로 보려면 일정 거리 떨어져서 봐야 참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사물을 바라보는 거리가 필요하다, 즉 삶의 진실을 깨닫기 위해서는 마음의 여유 또한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는 어쩌면 너무 바쁜 삶 속에 파묻혀 있어서 진정한 삶의 의미를 깨닫지 못하고 사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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