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는 강(江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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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 내리는 강(江雪)
  • 曠坡 先生
  • 승인 2023.02.02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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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한시 한 수

                 눈 내리는 강(江雪)

천산조비절(千山鳥飛絶)/산이란 산에는 새들도 날지 않고

만경인종멸(萬徑人蹤滅)/길이란 길에는 인적조차 끊어졌다

고주사립옹(孤舟蓑笠翁)/배 안에 도롱이와 삿갓 쓴 늙은이

독조한강설(獨釣寒江雪)/눈 내리는 강에서 홀로 낚시질한다

 

 

*고독을 낚는 사람

중국 당나라 때의 시인 유종원(柳宗元)의 오언절구입니다. 한 편의 동양화를 연상케 하는 이 시는 자연의 정경을 묘사하고 있으면서, 동시에 철학적인 깊이를 느끼게 해줍니다.

1구와 2구는 새들도 날지 않고 인적이 끊긴 정적인 자연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러나 3구와 4구는 떠다니는 배와 낚시질하는 늙은이, 하늘에서 내리는 눈과 흐르는 강물이 동적인 이미지를 연출하고 있습니다.

눈은 수직적 이미지이고, 강물은 수평적 이미지로 서로 만납니다. 그 사이에 홀로 떠 있는 배와 고독한 낚시꾼이 있습니다. 이때 강물 위에 홀로 떠다니는 배는 인생길이고, 삿갓 쓴 늙은이는 물고기를 잡는 것이 아니라 기실은 ‘인생’이란 고독을 낚고 있는 것입니다.

천지가 눈으로 덮인 대자연 속의 낚시질. 강물 속에 깊이 드리운 낚시의 추처럼 인생의 깊이는 곧 ‘고독’으로 이해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