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녀 바위가 된 효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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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녀 바위가 된 효녀
  • 엄광용 작가
  • 승인 2023.02.01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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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 따듯하게 해주는 우리 전래동화

 

어린 딸과 아들을 데리고 사는 과부가 있었습니다. 깊은 산골에서 화전을 일구어 감자나 옥수수, 조, 수수 따위를 심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늘 가난을 면치 못하여 겨우 입에 풀칠이나 할 정도로 곤궁하게 살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과부는 병이 들어 자리에 눕고 말았습니다. 혼자서 비탈진 밭을 갈고, 씨 뿌려 김을 매고, 가을에 수확하기까지 온갖 일을 다 하다 보니 병이 단단히 난 것입니다.

산골에 좋은 약이 있을 리는 없고, 그저 보이는 대로 약초를 캐다 달여먹었습니다. 그러나 과부의 병은 좀처럼 낫지 않았습니다.

이젠 과부가 거동할 수 없을 정도가 되어 몸져눕자, 어린 남매가 어머니의 병구완을 해야만 하였습니다. 감자를 쪄서 어머니에게 드린 후 누나가 동생에게 말했습니다.

“우리 어머니의 병을 낫게 할 약초를 캐러 가자.”

“누나가 약초를 알아?”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이 있지 않니? 정성을 다하여 열심히 찾다 보면 좋은 약초를 구할 수 있을 거야.”

남매는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약초를 캐기 위해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수없이 넘어지고 미끄러져 산비탈로 굴러 내리면서 약초를 캐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약초를 캐다 보니 어느새 남매는 산꼭대기까지 올라오게 되었습니다. 그들은 넓고 큰 바위 위에 앉아서 캐온 약초 속에서 좋은 것만 골라냈습니다.

“와! 많이 캤다, 그지?”

동생이 송골송골 이마에 솟은 땀을 훔치며 자랑스럽게 말했습니다.

“많기는 한데, 이 중에 어머니의 병을 낫게 할 수 있는 약초가 있는지 모르겠다.”

누나가 한숨을 포옥 쉬며 대답하였습니다.

바로 그때 남매의 등 뒤에서 우렁찬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너희들은 거기서 뭣들을 하고 있느냐? 이 바위는 내가 낮잠을 자는 곳인데, 지저분한 풀로 더럽혀서야 쓰겠느냐?”

남매가 소리 나는 쪽을 돌아보니 수염이 허연 노인이 꾸불꾸불 용틀임이 된 지팡이를 짚고 서 있었습니다.

“할아버지 죄송합니다. 우리가 비켜드리지요.”

누나는 바위 위에 쏟아놓았던 약초들을 다시 바구니에 주워 담았습니다.

“허허헛! 괜찮다, 얘들아! 나는 이 산을 지키는 신령이다. 너희 어머니의 병을 고치려면 방금 캔 약초만 가지고는 안 된다. 거기에다 아주 중요한 약초를 하나 더 보태어 달여드려야 병을 낫게 할 수 있다.”

산신령은 남매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고개를 끄덕거렸습니다.

“산신령님! 그게 어떤 약초예요?”

“신령초라고 하지.”

“그 약초가 이 산에 있나요?”

누나가 한 발짝 더 산신령 앞으로 다가서며 물었습니다.

“보통 사람의 눈에는 띄지 않는단다. 기도를 열심히 하면 정성에 감복하여 하느님이 그 약초를 발견할 수 있게 해주신단다.”

“어떻게 정성을 드리면 될까요?”

누나는 이제 거의 산신령의 옷자락을 붙들고 늘어질 판이었습니다.

“으음, 효성이 지극한 아이들이로구나. 일단 오늘은 산에서 내려가고, 내일 집에서 흰쌀밥을 지어서 이곳에 올라와 기도를 드려라. 그러면 신령초가 너희들 눈에 보일 것이다.”

“신령님! 우린 쌀이 없어요.”

누나는 갑자기 실망스러운 눈빛이 되었습니다.

“보리도 괜찮습니다.”

“보리도 없어요.”

“그럼 너희들은 뭘 먹고 사느냐?”

“감자요.”

“그럼 감자라도 정성껏 삶아서 가지고 오너라.”

산신령은 이 말을 남기고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져 버렸습니다.

다음 날 남매는 감자를 삶아서 다시 산꼭대기로 올라왔습니다. 바위 위에 감자가 담긴 그릇을 올려놓고 그들은 정성을 다하여 하느님께 기도를 드렸습니다.

누나가 한참 열심히 기도를 드리는데, 동생이 절을 하다 말고 바로 옆의 바위 절벽에 있는 소나무를 바라보며 소리쳤습니다.

“누나! 저기 소나무 옆에 이상한 풀이 있어!”

누나도 기도를 하다 말고 소나무가 있는 쪽을 올려다보았습니다. 정말 소나무 옆에 풀이 하나 바람에 하늘대고 있었습니다.

“저것이 바로 신령초인가 보다!”

누나는 높은 절벽 위로 올라가기 시작하였습니다. 밑에서 동생이 발을 받쳐주었습니다.

간신히 약초를 뽑았을 때였습니다. 이슬에 젖은 바위 이끼를 잘못 밟은 누나는 그만 절벽 아래로 굴러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결국, 누나는 죽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손에는 소중한 약초가 꼭 움켜쥔 그대로 있었습니다.

소식을 들은 마을 사람들이 산꼭대기로 올라와 누나의 시신을 집으로 옮겨왔을 때까지도 그 손에는 약초가 꼭 움켜쥔 그대로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아무리 손을 펴보려고 해도 펴지지 않았습니다.

그때 병든 어머니가 죽은 딸의 손을 만졌습니다. 그러자 손이 펴지면서 약초가 어머니 손 위로 떨어졌습니다. 그 신령초를 달여먹고 어머니의 병은 깨끗이 나았습니다.

병상에서 일어난 어머니가 딸이 죽은 산꼭대기의 바위를 찾아갔을 때, 그곳에는 이제까지 없었던 바위 하나가 새로 우뚝 솟아 있었습니다. 그 모양이 마치 사람 같았습니다. 사람들은 그 바위를 ‘선녀 바위’라고 불렀습니다.

*간절하면 소원이 이루어집니다. 마음속으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일은 모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을 이루는 사람은 드물고, 실패하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그 이유는 일이 성사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간절하지 않으면 도중에 포기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