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속의 매화(雪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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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속의 매화(雪梅)
  • 曠坡 先生
  • 승인 2023.01.19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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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따듯하게 하는 시 한 수

                        눈 속의 매화(雪梅)

 

유매무설부정신(有梅無雪不精神)/매화 피는데 눈 오지 않으면 아무 의미 없고

유설무시속료인(有雪無詩俗了人)/눈 내려도 시심 일지 않으면 속물과 다름없다

박모시성천우설(薄暮詩成天又雪)/저녁 무렵 시 지을 때 마침 하늘에 눈 내리니

여매병작십분춘(與梅倂作十分春)/매화와 어우러지면 충분히 봄 느낄 수 있겠네

 

 

*매화와 눈과 시

중국 남송(南宋) 때의 시인 방악(方岳)의 시입니다. 방악의 자는 거산(巨山)이며, 농촌 출신으로 농촌 풍물을 많이 노래하였습니다.

시 ‘설매’는 기(起)·승(承)·전(轉)·결(結)로 되어 있는데, 연쇄적인 이미지 전환 수법이 아주 절묘한 작품입니다. 기구에서는 매화와 눈이, 승구에서는 눈과 시가, 전구에서는 시와 눈이, 결구에서는 다시 매화가 나와 전체를 아우르면서 아주 절묘하게 이미지 연결을 시키고 있습니다.

매화와 눈과 시는 함께 어우러질 때 그 존재의 가치를 발휘하게 됩니다. 눈이 없는 매화, 시가 없는 눈, 또 매화와 눈은 있는데 시가 없다면 이 또한 존재 가치가 상실됩니다. 반드시 세 가지가 한 장소에서 하나의 결속으로 연결고리를 맺을 때만 비로소 그 아름다움은 완성됩니다. 이때 매화는 정물이고, 눈은 하늘과 땅 사이를 연결해주는 수직적 행위의 그 무엇이며, 시인이 그 정물과 행위 속으로 뛰어들어 매화·눈·시의 삼자 결합을 끌어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