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루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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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루덴스
  • 권용철 작가
  • 승인 2023.01.17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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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감동시킨 한 권의 책

 

놀이라는 말보다 더 좋은 것이 있을까? 길게 생각할 것도 없이 우리는 평생을 놀이를 추구하며 살아간다.

​놀이의 속살은 재미다. 재미없는 놀이는 없으며 재미가 없으면 놀이가 아니다. 따라서 놀이와 재미는 동의어다.

​사회적으로 고상하게 포장된 용어라 그렇지 한 꺼풀만 벗겨보면 우리네 삶은 놀이와 재미가 항상 그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돈은 왜 버는가? 인생을 재미있게 살기 위해서다. 출세는 왜 하는가? 역시 폼나고 즐겁게 놀기 위해서다.

​폼잡고 뻐기고 젠체하는 것도 사실 모두 자기한테는 재미있는 놀이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생은 온통 재미와 놀이로 똘똘 뭉쳐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호모 루덴스(Homo Ludens)는 '놀이하는 인간'이라는 뜻이다. 호모 사피엔스, 호모 파베르~등등 우리 인간은 인간의 특성을 설명하기 위해 이런 용어들을 무수히 만들어 왔다. 어느 것 하나 인간의 특성을 묘사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호모 루덴스, 놀이하는 인간의 표현은 인간의 또 하나의 특징을 멋지게 끄집어냈다.

인간의 특성을 설명하는 많고도 많은 용어 중에 마음에 당기는 용어가 두 가지가 있는데 그중 하나는 놀이를 말하는 호모 루덴스이고 다른 하나는 술 먹는 인간을 뜻하는 호모 비블루스(Homo bibles)이다.

​술 먹는 인간에 재미있는 인간이야말로 최고의 인간 아니겠는가.

이 책은 바로 그런 인간의 속성을 역사적, 생물학적 그리고 문화적으로 고찰하고 살펴본 인문학서이다.

인류문명의 모든 것은 놀이의 개념이 내면에 들어있다

​주제가 놀이라 좀 가볍고 유쾌한 이야기로 채워져 있을 듯해 보이지만 읽어보면 내용은 만만찮다. 웬만한 철학서를 능가한다. 저자는 인류의 특성을 그동안 호모 사피엔스 즉 생각하는 인류라는 특성에서 벗어나 놀이를 추구하는 인간으로서 인류를 살펴보고 있다. 방대한 조사와 다양한 측면에서 고찰한 이 책은 그래서 제목과는 다르게 읽기에 다소 무겁고 재미가 없다. 놀이와 재미를 강조한 책이 재미가 없다는 것은 또 하나의 재미난 아이러니다.

우리의 사고방식으로는 놀이는 진지함에 반대되는 개념이다. 놀이는 진지하지 않다. 놀이의 특성은 바로 자발적인 행위이다. 즉 자율적라는 것이며 둘째는 일상적인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놀이와 재미는 일상을 깨는 파격을 통해서 발생하는 것이며 파격은 순수를 전제로 한다. 어린이들이 어른보다 잘 노는 이유는 그래서이다. 진정으로 놀이하기 위해서는 인간은 어린애처럼 놀아야 한다.

많은 철학자가 놀이에 대해 말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을 ‘웃는 동물(Homo Ridens)’이라고 특징지었는데

이는 생각하는 인간이라는 호모 사피엔스보다 인간의 특성을 더 잘 표현한 것이다. 러스킨은 “태초에 인간은 두 부류로 나뉜다. 하나는 일꾼의 부류이고 또 하나는 놀이꾼의 부류이다.”라고 말한다. 플라톤은 말한다. “인간은 진지한 것에 대해서는 진지해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것에까지 진지해서는 안 된다. 신만이 최고의 진지함을 가지고 대할 가치가 있는 대상이다. 인간은 신들의 노리개다. 무엇이 바로 사는 방법인가? 삶을 놀이하면서 살아야만 한다”

인류문명의 모든 것은 놀이의 개념이 내면에 들어있다. 종교의 발단도 믿는 것이 아니라 믿는체하는 데서 발전된 것이라고 한다. ‘신앙, 음악, 경기, 전쟁, 재판, 시, 철학, 건축 등등 모든 것에는 놀이의 개념이 들어있고 그것이 발전되어 왔다. 수수께끼도 놀이에서 출발한 게임이며 모든 시는 놀이에서 태어난다. 그리스의 비극이나 희극도 모두 놀이에서 나왔다. 정치도 놀이고 선거도 놀이다. 모든 놀이 중에서 가장 완벽한 형태의 놀이는 사랑놀이라고 한다.

18세기 유럽은 가발의 시대다. 그 우스꽝스러운 가발~ 가발의 문화도 일종 놀이의 하나라고 한다. 그러나 프랑스혁명은 가발에 대해 조종을 울렸다. 동시에 프랑스혁명 이후 놀이의 요소들이 퇴조하기 시작했다.

​스포츠는 놀이에서 시작했으나 점차 진지해짐으로써 놀이를 오염시켰다.

하위징아는 말한다. “의식은 봉헌 놀이에서 자라났으며 시 역시 놀이 속에서 탄생해서 놀이에서 자양을 얻으며 자랐다. 음악과 춤은 순수한 놀이였다. 지혜와 철학은 종교적인 시합에서 유래된 언어와 형식에서 그 표현을 찾았다.

​전쟁의 규칙, 귀족 생활의 습관은 놀이패턴 위에 구축되었다. 따라서 인류의 문명은 애초에는 놀이로 되어진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그러나 전쟁에는 놀이도 문화도 들어있지 않다. 인간은 평화롭게 살아야 한다. 삶은 놀이로서 살아야 한다. 춤추고 노래하며 살아야 한다. 모든 것이 헛되다는 말 대신에 모든 것은 놀이다라는 결론에 우리는 도달해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중학 시절 즐겁게 불렀던 노래 하나가 중얼거려졌다.

“이 세상에 00 없으면 무슨 재미로~ 해가 떠도 00 달이 떠도 00, 00가 최고야~”

주로 응원가로 불렸던 이 노래는 가사 00에다 다른 여러 가지 단어들을 대입해서 후렴처럼 부르곤 했다.

갑자기 ​이 노랫말 00에 놀이나 재미를 넣어서 흥얼거리게 된다.

​결국, 인생 뭐 있겠는가, 놀이하면서 재미있게 사는 게 최고지.

​이 책의 결론은 하나다. 인류의 모든 문화는 놀이에서 출발했다. 그것은 유희를 통한 삶의 즐거움을 동반했으며 인류의 역사를 이루었다. 생각할수록 옳고도 옳은 말씀이다. 살아볼수록 이 세상 모든 것은 재미있는 것만이 가치가 있다. 바꾸어 말하면 가치 있는 모든 것은 재미가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 인생은 재미다. 재미없는 모든 것은 가라!

호모 루덴스/요한 하위징아/연암서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