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스러운 숯장수의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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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성스러운 숯장수의 딸
  • 엄광용 작가
  • 승인 2023.01.10 1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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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을 따듯하게 해주는 전래동화

 

옛날 숯을 구워 시장에 내다 파는 숯장수가 있었습니다. 숯 세 통을 지게에 짊어지고 새벽같이 장에 나가면 한나절이 걸렸습니다. 아침도 안 먹고 무거운 숯을 지고 왔기 때문에 숯장수는 배가 고파 아침 겸 점심으로 국수를 사 먹었습니다. 밥은 비싸고 또 한 그릇 가지고는 양도 안 차기 때문에, 숯장수는 잘 아는 식당 주인에게 국수를 반 관 삶아 달라고 하였습니다. 국수 반 관을 삶으면 웬만한 사람 다섯 명이 먹어도 남을 정도로 많았습니다. 그런데 숯장수는 함지박으로 가득한 국수를 게 눈 감추듯 단숨에 해치웠습니다.

시장 사람들은 국수를 먹는 숯장수를 보는 것이 좋은 구경거리 중 하나였습니다. 그렇게 숯장수는 기운도 세고 많이 먹는 편인데, 집안은 가난을 면치 못해 겨우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아갈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숯장수의 아내가 이름 모를 병에 걸려 자리에 눕고 말았습니다. 숯장수는 병을 고치려고 근처의 용하다는 의원들을 불러오고, 그들이 처방해준 온갖 탕약을 다 썼지만, 백약이 무효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머리가 흰 노인 하나가 산을 넘어오다 날이 저물어 그 집에서 하룻밤 신세를 지게 되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노인은 집을 나서다 말고 숯장수에게 넌지시 한마디 하였습니다.

“부인의 병엔 천도복숭아가 제일인데…….”

“천도복숭아라니요?”

숯장수가 물었습니다.

“하늘나라에서만 나는 복숭아 말이오.”

노인은 말을 마치고 사립문을 나섰습니다.

“아이고, 하늘나라에서 나는 복숭아를 어찌 구한단 말이냐.”

숯장수는 마당에 털썩 주저앉아 땅을 치고 울었습니다.

마침 그때 부엌에서 노인의 이야기를 듣고 있던 숯장수의 딸이 달려 나와 말했습니다.

“아버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천도복숭아를 구해오겠습니다.”

“네가 무슨 수로 하늘나라에나 있는 천도복숭아를 구한단 말이냐?”

숯장수는 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습니다.

그런데 어느새 숯장수의 딸은 사립문을 벗어나 저 멀리 가고 있는 노인에게로 달려갔습니다.

“어르신! 제게 천도복숭아 구할 길을 알려주세요! 제발 부탁입니다.”

숯장수의 딸은 노인의 옷자락을 붙잡은 채 간곡하게 말했습니다.

“허허, 천도복숭아는 사람이 구할 수 없는 귀물인데…….”

“어르신! 그래도 이 세상에 천도복숭아가 있다면, 그것을 구할 길도 있지 않겠습니까?”

노인은 눈물을 흘리며 호소하는 숯장수의 딸을 차마 뿌리치지 못하였습니다.

“허헛 참! 방법이 하나 있긴 한데, 그것이 좀…….”

“어르신! 제게 그 방법을 알려주시면 그 은혜를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허면, 도깨비하고도 결혼할 수 있겠는가?”

노인의 입에서 ‘도깨비’라는 말이 나오자, 숯장수의 딸은 눈을 휘둥그레 뜨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를 구할 수만 있다면 무슨 일인들 못 할까 싶었습니다.

“네, 도깨비하고라도 결혼하겠습니다.”

그러자 노인은 숯장수의 딸에게 도깨비와 결혼한 후 천도복숭아를 구할 수 있는 길을 알려주었습니다.

숯장수의 딸은 노인이 알려준 대로 깊은 산속에 있는 도깨비 굴을 찾아갔습니다.

도깨비는 숯장수의 딸을 보자 한눈에 반해버려 아무런 의심도 않고 결혼을 하였습니다.

몇 달이 지난 어느 날 숯장수의 딸은 도깨비에게 말했습니다.

“여보, 당신에게 줄 음식을 만들다 보니 걱정되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에요. 당신이 무엇을 제일 싫어하는지 알아야, 그런 걸 가려서 음식을 만들 수 있잖아요. 무엇을 제일 싫어하세요?”

도깨비는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고 말했습니다.

“우리 도깨비들은 닭의 피를 제일 싫어해! 나는 특히 흰 장닭의 피만 보면 그 자리에서 기절해 버리지.”

그러고 나서 또 몇 달이 지나 숯장수의 딸은 도깨비에게 말했습니다.

“여보, 내가 아이를 밴 것 같아요. 천도복숭아를 먹고 싶은데, 그걸 구해올 수 있나요?”

그 소리를 들은 도깨비는 뛸 듯이 기뻤습니다.

“그럼, 천도복숭아를 구해오고말고! 내가 빨리 하늘나라에 다녀올 테니 조금 늦더라도 아무 걱정하지 말고 기다려줘요. 하늘나라까지는 멀기 때문에 도깨비 걸음으로도 만 하루가 꼬박 걸린다오.”

도깨비는 곧 하늘나라로 천도복숭아를 구하러 갔습니다.

그 사이에 숯장수의 딸은 도깨비 굴의 창고를 뒤져 잔뜩 쌓여 있는 금은보화를 한 보따리 싸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마침 숯장수는 흰 장닭을 기르고 있었습니다. 그는 딸이 시키는 대로 장닭의 멱을 따서 그 피를 집 주위에 골고루 뿌렸습니다. 그리고 사립문 앞마당에 장닭의 모가지와 몸통을 놓아두었습니다.

하루가 지난 후 하늘나라에서 천도복숭아를 한 자루 따가지고 돌아온 도깨비는 그때야 숯장수의 딸에게 속은 것을 깨달았습니다.

급한 나머지 천도복숭아 자루를 짊어진 채 한달음에 숯장수의 집으로 달려온 도깨비는 흰 장탉의 피가 뿌려진 울타리와 사립문 앞마당에 놓여 있는 장닭 모가지와 몸통을 보고 그만 기절해 버렸습니다.

그때 마침 흰 수염의 노인이 나타나 들고 있던 지팡이로 쓰러진 도깨비를 후려치며 말했습니다.

“이놈 때문에 내가 굴을 빼앗겼는데, 이제야 발 뻗고 잠을 잘 수 있게 되었구나!”

도깨비는 죽으면서 꼬리가 아홉 개 달린 여우로 변하였고, 노인은 호랑이로 변하였습니다. 호랑이는 숯장수의 딸에게 넙죽 절을 하더니 곧 여우의 사체를 물고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습니다.

숯장수의 딸은 도깨비가 하늘나라에서 구해온 천도복숭아를 어머니에게 드시게 하여 병을 깨끗이 낫게 하였습니다. 그리고 숯장수 부부는 딸이 도깨비 굴에서 가져온 금은보화를 팔아 부자가 되어 오래도록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효성은 진심에서 우러나올 때 진정한 가치가 있습니다. 진심을 가진 사람은 어떤 두려움 앞에서도 강해질 수 있으며, 온갖 시련을 겪고 나야만 비로소 진실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