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학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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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학력
  • 권용철 작가
  • 승인 2022.12.29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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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감동시킨 한 권의 책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진정한 학력에 관한 책이다. 학력에 무슨 진정이 있고 진정이 아닌 게 있을까 싶지만 따지고 보면 세상의 학력은 그만큼 진정스럽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학력은 교육으로 형성되며 교육은 세상을 개선하고 진보해 나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사람은 모두 자기머릿속의 생각에 지배를 받으며 그 생각은 결국 교육으로 형성된다고 생각할 때 교육은 그만큼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사실 교육이라는 단어는 한낱 학교에서의 행위로만 한정 짓기에는 이 세상은 너무도 넓고 다양하다. 다양한 방법과 끝없는 배움을 통해 진정한 학력에 도달해야 한다. 학력(學力)보다 학력(學歷)이 지배하는 대한민국에서 그래서 이 책은 더 일독할 가치를 갖는다.

'새로운 학력'이란 문제 해결을 통해 살아가는 힘

현대의 세상은 남을 이김으로써 살아가는 경쟁의 구조이다. 그 경쟁의 수단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 제일이 학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 어느 나라치고 학력 경쟁이 없는 나라는 없으며 경쟁에 이기기 위한 학력 경쟁은 그래서 치열하다. 유사 이래 교육은 그 방법과 방향성에 있어 시대에 따라 변천해왔다. 이 책은 일본 사회의 교육에 대한 어제와 오늘을 돌아봄으로써 보다 나은 교육방법, 즉 현대를 살아가는데 진정으로 필요한 학력을 갖추는 방법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어찌 보면 일본의 교육이라는 점에서 우리와는 다소 현장감이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근대 이후 일본은 경제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서 우리의 본보기가 되어왔다는 점에서 교육문제 또한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을 것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일본교육이 이제는 그 방법을 달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식을 암기하고 이를 평가하는 ‘전통적 학력’에서 문제해결에 주안점을 두는 액티브 러닝을 통한 ‘새로운 학력’으로 전환되어야 한다고 한다. ‘새로운 학력’이란 과제를 해결하는데 필요한 사고력, 표현력, 판단력을 중심으로 하는 학력을 가리킨다. 새로운 학력관에는 문제해결과 함께 ‘살아가는 힘’이라는 개념이 추가된다. 살아가는 힘이란 문제해결을 통한 삶이라는 다소 현실적인 과제를 넘어 세상을 보는 있는 힘이라는 철학적인 개념에까지 이른다. 책을 읽으면서 ’살아가는 힘’이라는 단어에 주목하게 된다. 그것이야말로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진짜 학력이기 때문이다. 긴 가방끈과 명문대 중심의 외형적인 학력(學歷)만이 ‘출세‘의 길로 인정되는 대한민국에서 외피보다 내용에 관해 말하는 저자의 논리는 그래서 반갑다. 나이 18세에 암기 실력과 단순성실함으로 획득한 대학이라는 간판이 그 사람의 평생을 보장하는 사회는 뭔가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된 사회이다. 그러한 사회적 편견도 사실 모두 잘못된 교육관에 기인하는 것이다. 학력(學歷)만 내세우며 학력(學力)에는 무지한 사람은 ‘세상을 보는 힘’을 모른다.

살아가는 힘을 위한 구체적 세부실천방안으로는 인간관계 형성 및 사회형성 능력, 자기 이해 및 자기관리 능력, 과제대응 능력, 커리어 플래닝 능력을 제시하고 있다. 이 책은 교육에 관한 방향뿐 아니라 구체적인 항목까지 제시하고 있다. 현직 교육계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도움이 될 내용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 책에서 제시하는 디테일은 일반인에게는 조금 어렵고 생소하다. 세세한 구체성은 실천력을 높이는 능력이기도 하지만 잘못하면 방향성을 놓치게 하는 위험성을 내포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액티브 러닝에는 세 가지 주제가 있다. 바로 깊이 있는 배움, 대화를 통한 배움, 주체적인 배움이다. 이 세 가지 관점에 따라 교육의 전반적인 개선을 지향한다고 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교육방법 중에는 눈길을 끄는 재미있는 내용이 있다. 바로 ‘유토리교육’이다. 일본어를 모르는 처지에서 이게 무슨 소린가 했는데 알고 보니 우리가 일상에서 아직도 여전히 쓰고 있는 말 ‘유도리’인 것이다. ‘사람이 유도리가 있어야지’ 하면서 쉽게 쓰는 이 말은 결국 여유와 융통성을 말한다. 학생들에게 ‘유도리‘를 주자는 의미의 유토리 교육은 수업시간 단축, 주5일제 등교, 학습 내용 축소 등 그야말로 유도리 있는(?) 좋은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독서는 새로운 학력에 필수적이고 중요한 활동

책은 제4장 ‘원류에서 배우다’에서 서서히 본론으로 들어간다. 교육학의 고전이라고 알려진 루소의 <에밀>에 나오는 “우리가 획득하려는 것은 학문이 아니라 판단력이다”라는 인용구에서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원류를 느끼게 된다. 그리고 “새로운 학력이 필요한 이유는 비즈니스에 필요한 인재보다는 민주주의의 주체를 육성하는 데 있다”라고 말하는 데서 교육도 결국 세상을 보는 힘이라는 것에 방점을 찍게 된다.

일본 문부성이 집필한 <민주주의>라는 책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나온다고 한다. “교육의 목적은 진리와 정의를 사랑하고 자신의 법적, 사회적, 정치적 역할을 책임감 있게 실행하는 훌륭한 사회인을 양성하는 데 있다. (중략) 제도가 민주적으로 완비되어 있어도 운용자가 민주주의의 정신을 지니지 못하면 결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 교육의 중요성은 바로 여기에 있다.” 이 책의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글은 내가 생각하는 교육관과도 일치한다는 데서 큰 공감하게 된다.

제5장에 이르러서는 진정한 교육에 대해 말하고 있다. 그것은 바로 ‘독서를 통한 액티브 러닝’이다. 저자는 말한다. “독서는 문제 해결형 학력에도 기초가 되는 지적 활동이다. 지적인 학문축적이 전제되지 않은 토론은 그저 각자의 생각만 늘어놓는 수다의 장이 될 우려가 있다. 독서는 새로운 학력에 필수적이고 중요한 활동이다.” 저자는 독서와 함께 책 읽고 토론하기, 요약해서 글쓰기, 신문 스크랩하기, 용기 갖고 발표하기, 고전 명작읽기, 등등 구체성을 말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책은 마지막에서 다시 ‘살아가는 힘’에 대해 말한다. 살아가는 힘은 ‘모방의 힘, 절차의 힘, 의견의 힘’의 세 가지와 지, 정. 의. 체(知, 情, 意, 體)라는 단어들로 함축된다. 책의 결론이 되는 마지막 문장은 다음과 같다.

“신체에 각인된 지. 정. 의. 체와 지. 인. 용을 바탕으로 각 분야의 기본적이고 전문적 지식체계인 전통적 학력을, 자발적으로 배우고 내보내는 액티브 러닝이라는 방식으로 학습한다면 현 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할 아이디어를 창출하고 타인과 협동하며 강인한 의지로 현실을 바꾸어 나갈 수 있다. 이러한 종합적 인간력이야말로 진정한 문제해결 능력이자 ‘새로운 학력’이라고 생각한다.”

책은 일본 사회의 전통교육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현실과 문제점을 짚어보고 새로운 시대에는 새로운 학력이 요구되며 새로운 학력은 독서를 통한 액티브 러닝과 같은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으며 이러한 교육을 통해서 진정한 학력을 갖춘 종합적 인간이 양성된다고 말한다.

진정한 학력이란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바로 보는 것

자녀교육 외에는 사회적 제도교육에 대해 별로 고민해보지 않은 나로서는 저자가 제시하는 내용에 대해 공감과 난해를 함께 느끼지만, 교육의 문제가 삶의 전부처럼 기울어진 우리나라에서 그런 주제에 대해 이웃 나라의 고민 흔적을 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은 된다. 별로 두껍지 않은 이 책은 교육계에 있는 사람에게는 도움이 될 교육 세부사항이 많다. 교육이란 결국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한 인간을 양성하는 데 있다고 볼 때 르네 지라르가 말한 ‘욕망은 타인의 욕망을 모방한다’라거나 자크 라캉이 말한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라는 인간의 근원적인 본능으로부터 자유로운 인간을 만드는데 궁극적인 목적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타인의 욕망이 아니라 나의 욕망을 추구할 때 독립적인 자아를 갖게 되는 것이며 그러려면 결국 자신만의 자주적인 의식과 철학을 갖춰야 하고 그건 결국 교육을 통해서 기초가 형성된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보면서 학력이라는 것, 세상을 보는 힘이라는 것, 인생의 철학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나만 아는 이기적이고 출세 지향적인 인간의 양성이 아니라 세상을 바로 보고 타인을 배려하고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터득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학력의 목표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마침내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눈으로 세상을 바로 보는 것, 그래서 이 사회에 진정으로 이바지하는 인간이 되는 것. 그것이 바로 진정한 학력이라고 생각해본다.

진정한 학력/사이토 다카시/지식의 날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