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수분 돌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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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수분 돌항아리
  • 엄광용 작가
  • 승인 2022.12.21 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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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훈훈하게 해주는 전래 동화 이야기

 

어느 산골 마을에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부부가 있었습니다. 집안이 비록 가난했지만, 이들 부부는 어머니가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이라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구해다 드렸습니다. 마을 사람들은 그런 부부를 보고 모두 효성이 지극하다고 칭찬이 자자하였습니다.

어느 날 이들 부부에게서도 아들이 하나 태어났는데, 점점 자라면서 보니 엄청나게 먹어대는 먹보였습니다. 가뜩이나 가난한 집에 입이 하나 더 생기자 큰 근심 덩어리가 아닐 수 없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먹보 아들이 어머니의 음식까지 모두 빼앗아 먹어버린다는 데 있었습니다.

보다 못한 남편은 아들과 어머니가 잠든 사이 아내를 밖으로 불러내어 조용히 말했습니다.

“아무래도 저 아들 녀석 때문에 걱정이오. 우리가 어렵게 구해온 음식을 어머니가 드시기도 전에 다 먹어치우니, 이를 어찌하면 좋겠소? 여보, 아들은 또다시 낳으면 되니 저 녀석을 아무도 몰래 산속에 갖다 파묻어버립시다.”

남편의 말에 아내는 눈물부터 흘렸습니다. 효도하려면 아들을 죽여야 하고, 아들을 살리자니 어머니에게 불효를 저지르는 꼴이 되니 참으로 어찌할 수 없는 난처한 처지였습니다.

“아무리 효도가 중요하다 하더라도 아들을 생매장할 수야 없지 않습니까?”

아내는 계속해서 눈물을 흘리며 말했습니다.

“울지 마시오. 효도하는 데 이만한 고통쯤이야 참고 견뎌야 하질 않겠소? 아들이야 어머니가 돌아가신 연후에 다시 낳으면 되니 우리 그렇게 합시다.”

다시 남편이 말했습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순종하는 것이 미덕이라고 배운 아내는 결국 남편의 말에 따르기로 하였습니다.

남편은 괭이를 어깨에 메고, 아내는 깊은 잠에 곯아떨어진 아들을 등에 업은 채 깊은 산속으로 들어갔습니다.

달빛이 환한 밤이었습니다. 남편은 양지바른 남향의 평평한 곳을 골라 땅을 파기 시작하였습니다. 한참 땅을 파 들어가는데 괭이에 뭔가 부딪치는 소리가 났습니다. 손으로 흙을 파헤쳐 보니 구덩이 속에서 돌 항아리 하나가 나왔습니다.

“허어, 이게 웬 항아리일까?”

남편은 돌항아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아내를 쳐다보았습니다.

아내도 돌항아리를 바라보았습니다.

달빛 아래 드러난 돌항아리는 마치 종을 엎어놓은 것 같았습니다. 남편은 낑낑대며 돌항아리를 꺼내 땅 위에 바로 세워놓았습니다.

땅속에서 돌항아리를 꺼내놓고 나니 그곳에 아들을 묻기에 딱 알맞은 구덩이가 생겼습니다.

“이제 아들을 이리 주시오.”

남편은 아내의 등에서 아들을 내리려고 손을 뻗었습니다.

그때 아내는 남편에게 아들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몸을 홱 돌리며 말했습니다.

“안 돼요. 어머니가 식사하실 때마다 내가 우리 아들을 밖으로 데리고 나갈 거예요. 저 구덩이에서 돌항아리가 나온 걸 보면 우리 아들을 죽이지 말라는 뜻 같아요. 그러니 우리 아들도 다시 집으로 데리고 가고, 저 돌항아리도 가져갑시다.”

아내는 남편을 뒤로 한 채 아들을 등에 업고 곧바로 집으로 향했습니다. 남편도 효도하겠다는 마음에 잠시 정신이 돌아 귀한 아들을 죽일 뻔했다는 생각에 깊이 후회를 하며, 돌항아리를 어깨에 멘 채 아내의 뒤를 따랐습니다.

돌항아리는 곧 깨끗이 닦여져 부엌 한 켠에 놓였습니다. 아내는 그 속에 다음 날 밥을 지을 쌀을 부어놓은 채 방으로 들어와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아내는 부엌에 나와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돌항아리 속에 쌀이 하나 가득 들어 있었던 것입니다.

“여보! 이리 와 봐요. 정말 이상한 일도 다 있네.”

아내의 외치는 소리에 남편도 부엌으로 달려와 쌀이 하나 가득한 돌항아리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이건 분명 우리 아들이 복을 가져다준 거요. 화수분 돌항아리가 분명하오. 우리 어디 한 번 시험해 봅시다.”

남편은 쌀을 퍼내고 돌항아리에 동전 몇 개를 넣어두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그다음 날 아침 일어나 보니 정말 돌항아리 가득 돈이 들어있었습니다.

화수분 돌항아리 덕분에 이들 부부는 홀어머니에게 효도할 수 있었던 것은 물론이고, 먹보 아들도 마음껏 먹을 수 있게 하여 튼튼하게 키웠습니다.

“이 돌항아리는 틀림없이 산신령님이 우리에게 효도하라고 주신 거요. 그러니 어머니가 살아계신 동안만 사용하고, 돌아가신 후에는 다시 제 자리에 갖다 묻읍시다.”

남편이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그래요. 우리 귀한 아들 덕분에 얻은 보물이니 귀하게 쓰고 다시 산신령님께 돌려드려야지요.”

이들 부부는 화수분 돌항아리를 가지고 많은 재산을 만들지 않았습니다. 쌀이든 돈이든 꼭 필요한 만큼만 만들어서 사용하였던 것입니다.

그러고 나서 몇 년 후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장례를 후하게 치러드린 이들 부부는 다시 돌항아리를 깊은 산속의 제 자리에 갖다 파묻었습니다.

어른이 된 아들도 이들 부부처럼 마음씨가 고와 효도를 잘하였으며, 큰 욕심 부리지 않고 아주 열심히 땀 흘려 일하며 잘 살았습니다.

 

☞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과 자식을 사랑하는 것은 모두가 진정한 마음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느 것이 먼저고 나중이고 정의 비중을 따질 수조차 없는 순수함이 바로 그러한 마음자리일 것입니다. 그래서 그 순수한 마음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두 가지 모두를 지킬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하겠습니다.